'고용 쇼크'에 美경제 조마조마…"1분기 0%대 성장 가능성도"
지난 3일 오전 8시30분 미국 노동부가 3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직후 미 국채(10년물) 금리는 30분 만에 연 1.90%에서 1.80%로 수직 낙하(채권가격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하며 달러에 대한 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유로당 1.1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부활절을 앞둔 성(聖)금요일이어서 열리지 않았지만 지수선물은 1%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상설의 배경이었던 고용지표가 최악의 상황으로 집계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3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는 12만6000명으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20만명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의 예측치(24만5000명)에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1월과 2월 신규 고용자 수도 줄줄이 감소해 1분기 평균 신규 고용자 수는 19만7000명으로, 지난해 4분기 32만4000명의 60%에 그쳤다.

‘빛 좋은 개살구’ 실업률 수치

실업률 자체로만 보면 5.5%로 전달과 같은 수준이다. 그렇게 나쁜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수치도 좋게 해석하지 않는다. 신규 고용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분모가 되는 경제활동 참가율 자체가 떨어져 실업률 수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당 평균 임금 증가율도 마찬가지다. 전달보다 0.3% 증가했지만 주당 평균 노동시간(34.5시간)이 감소한 상황에서의 임금 상승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치 못한 고용 악화로 미국 경제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들도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마켓워치는 TD증권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인용해 “급격히 악화한 3월 고용지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5~1.0% 속도로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JP모간은 0.6%로 낮췄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1분기 GDP 증가율 전망은 0.1%까지 내려앉았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도 대폭 후퇴할 전망이다. 지난달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 인상 조건과 관련해 “노동시장 회복세가 지속되고, 물가상승률이 2%를 달성할 것이라는 합리적 확신이 들 때”라고 밝혔지만 3월 고용지표는 이 같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JP모간은 이날 금리 인상 전망 시점을 종전의 6월에서 9월로 미뤘다. 마이클 페롤리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WSJ에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선 “계절적 요인 따른 일시적 현상”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유가하락으로 원유 관련 업종에서 일자리가 1만1000개 감소한 영향이 컸다고 분석한 뒤 오는 9월 금리 인상 전망은 유지하지만 어디까지나 지표 개선이 이뤄질 경우에만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일각에서는 3월 고용쇼크가 기조적인 경기둔화 조짐이라기보다는 기상 악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월과 5월 고용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3월 고용 악화를 새로운 추세로 보기 어렵다”며 “앞으로 월평균 신규 취업자는 20만명에서 22만5000명의 증가 폭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도 3월 넷째 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26만8000건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만큼 이번 지표 부진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