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 쌀시장 더 열어라"
미국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기 위해선 쌀시장을 추가 개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TPP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한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다. 이르면 올 상반기 TPP 가입 선언을 하고 싶어 하는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쌀시장 추가 개방 여부는 (TPP 가입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에도 큰 이슈”라며 “일본이 할 수 있다면 한국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기자와 만나 “(TPP 협상 내내) 미국은 일본에 쌀 같은 중요한 시장을 협상에서 제외할 순 없다고 말했다”며 “미국은 한국 역시 실질적인(substantial) 방법으로 쌀시장을 더 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쌀시장 추가 개방 방식은 추후 협상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현재 의무적으로 연간 40만8700t의 쌀을 5%의 관세로 들여오고 추가 수입 물량엔 513%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

2013년 TPP 가입을 공식 선언한 일본은 쌀 소고기 돼지고기 설탕 유제품 등 다섯 가지 품목을 ‘5대 성역’으로 제시하며 시장 개방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시했다. 하지만 일본은 최근 태도를 바꿔 의무수입물량(MMA)과는 별도로 미국산 쌀 5만t에 대해 낮은 관세율이나 무관세를 적용해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셀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10년째 숨가쁘게 진행된 TPP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기존 참여국들이 한국의 ‘무임승차’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TPP 협상을 벌이더라도 쌀시장 추가 개방 불가 방침은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애틀·워싱턴=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