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훈동 노화랑의 기획전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 출품한 이석주의 ‘사유적 공간’.
서울 관훈동 노화랑의 기획전 ‘작은 그림 큰 마음’전에 출품한 이석주의 ‘사유적 공간’.
“우리도 국민소득 3만달러 ‘문턱’에 진입했습니다. 그동안 미술품을 감상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소장할 수 있는 경제적 수준에 도달한 겁니다.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장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소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한지 작가로 유명한 전광영 화백(70)은 “그림을 구입하는 것은 문화를 소비하는 아름다운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화백을 비롯해 한만영 서승원 김태호 이석주 이원희 윤병락 김덕기 박승민 이호련 씨 등 인기 작가 10명이 15~25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작은 그림 큰 마음-200만원으로 명품여행 떠나요’전을 펼친다.

윤병락의 ‘가을향기’.
윤병락의 ‘가을향기’.
새내기 미술 애호가들의 ‘아트 투어’를 겨냥한 이번 전시회에는 2호(26×18㎝)부터 10호(80×72㎝)까지 소품 100여점이 걸린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저마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인기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시장 대중화를 위해 점당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최고 30% 낮은 균일가 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작가들은 이번 기획전을 위해 대작 못지않은 열성을 쏟았다. 생명, 자연, 인간, 우주 등 다양한 주제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한국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대형 화면에 여러 겹의 색을 칠한 뒤 긁어내는 기법으로 작업하는 김태호 홍익대 교수는 “소품에서도 대작과 같은 효과가 나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손길이 많이 간다”며 “이중삼중으로 드러나는 단색화에서 명상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사실주의 화가인 이석주 숙명여대 교수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옛 추억과 앙금을 다독이며 짙은 향수를 캔버스에 녹여냈다”며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인의 누드 크로키 작품 10점을 들고나온 이원희 계명대 교수는 “예술과 문화는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기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모든 것을 품어내는 듯한 여체를 통해 인간의 아름다운 면면을 되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과 작가’로 유명한 윤병락 씨는 “농사의 소중함을 바탕으로 삼고 디지털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방 욕구에서 예술의 원천을 뽑아냈다”고 설명했다. 중견작가 한만영 씨는 “이번 전시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난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예술이 주는 감동과 삶의 활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화랑 문턱을 낮춰 작품 감상과 함께 재테크라는 측면에 부응하고자 한다”며 “미술 대중화를 위한 문화마당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