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카메라에 담은 선운사 벚꽃 풍경…이대영 태영세라믹 회장 "사진은 비우는 과정이죠"
‘내소사의 눈 내린 전나무숲, 두물머리의 물안개 피어오르는 풍경, 진부의 5일장….’

이대영 태영세라믹 회장(61·사진)은 주말만 되면 카메라를 들고 떠난다. 그가 즐겨 찾는 곳은 시골이다. 특히 내소사 선운사 등 전북 부안과 고창 일대와 강원 진부·봉평 등의 5일장을 주로 찾는다. 이곳에서 셔터를 누르며 토속음식을 맛본다.

“벚꽃이 핀 선운사 입구에서 쑥떡을 먹고 복분자즙을 한 잔 마시면 피로가 싹 가시고 행복을 느낀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근처의 풍천장어집에서 복분자에 절인 장어를 뽕잎에 싸먹는 맛도 잊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인테리어 타일을 제조하는 기업인이다. 주중엔 누구보다 바쁘게 보내지만 주말엔 모든 것을 잊은 채 카메라를 들고 훌쩍 떠난다. 강이 있고 꽃이 있으며 봄바람 부는 곳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만끽한다. 지난 4월 초에는 두물머리와 양평을 다녀왔다. 단순히 산과 들만 찾으면 허전하다. 그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있다.

사진은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다. 이 회장은 “사업이 뭔가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사진은 뭔가를 비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폭의 사진에 피사체를 많이 넣으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없다”며 “잡다한 것을 빼는 과정이 바로 사진”이라고 덧붙인다. 사업이 ‘덧셈’이라면 사진은 ‘뺄셈’인 셈이다.

그가 사진에 취미를 붙인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다. 집에 캐논 카메라가 있어 필름을 끼우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업으로 바빠 한동안 카메라를 잊고 지내왔다. 제물포고와 인하대 무기재료공학과를 나온 뒤 세라믹과 인연을 맺었다. 1996년 세라믹로(爐)를 만드는 태영산업을 창업했고 2005년 타일 제조업체를 인수해 태영세라믹으로 상호를 바꾼 뒤 타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바쁜 일과 속에서 뭔가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다시 잡은 것은 10여년 전부터다.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경제력 그리고 취미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완행버스를 타고 여인숙에서 잠자고 토속음식을 맛본 뒤 시골 풍경을 찍으면 멋진 노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는 국내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다양한 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겨울철 내소사로 여행을 떠났는데 밤새 큰 눈이 내려 하얗게 변한 전나무숲의 풍경을 담은 것이다. 이제는 빛의 삼원색을 뜻하는 ‘RGB(옛 락사회)’라는 사진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전시회를 열 정도가 됐다. 그는 “예쁜 디자인의 인테리어 타일과 사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며 “사진만큼 노후에 좋은 취미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 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