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나를 따르라" 강요 말고 '자발적 추종' 끌어내라
미국 경영 컨설턴트 마커스 버밍엄은 ‘뛰어난 직원들은 직장에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5년간 수많은 직원과 관리자를 인터뷰했다. 버밍엄은 《유능한 관리자》에서 “유능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상사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던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사람을 남겨라》에서 “수많은 기업이 기술 중심의 혁신을 경영의 핵심 아젠다로 내세우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사람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이 책에서 20여년간 학교와 기업에서 리더십을 강의하고 연구하며 정리한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나’로부터 시작한 리더십의 여정이 직원들을 거쳐 성장이란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리더로 성공하기 위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 직원들을 이끌기 위해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그들을 왜 성장시켜야 하며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관해 자세히 소개한다.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고 관찰한 경험을 통해 내린 저자의 결론은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늘 실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더가 신뢰를 얻기 위해 지켜야 할 것으로 일관된 행동, 솔선수범, 자기 희생, 공정함, 도덕성, 명확한 기대치 공유, 인간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2013년 갤럽이 세계 142개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와 회사에 깊이 몰입돼 있다고 답한 직원은 13%에 그쳤다. 63%의 직원은 꼭 해야 할 일만 겨우 하는 수동적 상태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 리서치 코퍼레이션이 조사한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솔선수범’ 항목이다. 자기 희생과 솔선수범은 리더의 지위를 넘어 직원들의 지속적인 추종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저자는 ‘자발적 추종’이 리더십의 첫 번째 요소라고 강조한다. 듀폰에서는 회사 발전에 도움을 줄 구체적인 업무와 자신을 따르는 직원 몇 명만 있으면 팀장이 될 수 있다. 구글에서도 리더가 정해진 지위에 따라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자발적으로 만든 비공식적인 팀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21세기형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발적 협조가 이뤄지는 리더십과 문화를 꼽았다.

인재사관학교로 소문난 기업들의 임원 평가 항목 중 하나는 ‘임원이 직원의 역량 향상과 성장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는가’다. 골드만삭스는 임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70%는 업무 관련 결과를, 나머지 30%는 직원들을 얼마나 잘 길러냈는지 본다. 인재 육성이 리더의 책임임을 강조한 것이다.

직원들의 역량과 기대치가 높아지고, 창의와 혁신이 게임의 중요한 규칙이 된 상황에서 예전처럼 자신의 지위와 힘을 이용해 직원을 억압하는 상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저자는 “직원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어 이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리더의 능력이야말로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이자 본질”이라고 말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