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산다…물가채 수익률 '꿈틀'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물가연동국채(물가채)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바닥 수준에 근접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물가채는 물가 상승에 연동돼 채권의 원금이 늘어난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을 매수할 때 절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장 많이 거래되는 물가채인 ‘13-4호’(2013년 6월 발행된 만기 10년물)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 20일 기준 연 1.69%로 나타났다. 거래가격은 액면가 만원당 9759원.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24일(1.79%)보다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최고점을 찍었던 작년 1월16일(2.02%)과 비교하면 0.3%포인트 이상 내렸다. 채권은 수요가 늘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가격은 오른다.

투자자 사이에서 물가채 수요가 증가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4%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저물가 기조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 0.4%는 1999년 7월(0.3%) 이후 최저치다.

물가채 가격을 밀어올린 것은 외국인 매수세였다는 분석이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면서 물가가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외국인들이 최근 약 1000억원어치 물가채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정준모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대리는 “물가채가 충분히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윳돈을 굴리려는 고객들이 하루 수십억원씩 꾸준히 매매하고 있다”며 “매수자의 대부분이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금융소득자이지만 물가 상승기 때 차익을 얻으려는 직장인도 꽤 있다”고 전했다.

신규 물가채를 매입하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발행되는 물가채의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물가채는 기본적으로 표면 금리가 낮아 과세 표준액이 적고, 원금 상승분이 비과세되는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라며 “앞으로 발행되는 물가채를 사면 어떤 식으로든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물량에 대한 희소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물가채에 대한 낙관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공공요금 인상 등 일부를 제외하고 단기간 내 물가가 오를 요인이 별로 없다”며 “물가채 가격이 역사적 저점 수준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장기 관점에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물가연동국채

투자 원금에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뒤 이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는 10년짜리 국채. 표면 이자율이 연 1.5% 안팎으로 낮지만 물가 상승분만큼 원금이 증가하는 구조다. 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을 보장하며, 3년 이상 보유하면 분리과세(33%)도 가능하다. 정부가 2007년을 시작으로 2010년, 2011년, 2013년 등 네 차례 발행했다.

조재길/이태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