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시작해 '유리천장' 깬 car girl…리콜 위기 극복하고 'GM 잔다르크' 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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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업계 첫 여성 수장 메리 바라 GM CEO
"빨간색 오픈카 보고 사랑에 빠져"
아버지도 GM출신 엔지니어…10세 때부터 車 구조·부품 익숙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하는 성실함에 경영진, MBA 마치도록 장학금 지원
여성 수장으로 구원등판
자동차 플랫폼 단순화로 생산성 높여
데뷔 1년도 안돼 3000만대 리콜 악재
"안전관리 문제 있었다" 솔직한 사과…GM 106년 만의 최대 위기 돌파
"빨간색 오픈카 보고 사랑에 빠져"
아버지도 GM출신 엔지니어…10세 때부터 車 구조·부품 익숙
오전 6시 이전에 출근하는 성실함에 경영진, MBA 마치도록 장학금 지원
여성 수장으로 구원등판
자동차 플랫폼 단순화로 생산성 높여
데뷔 1년도 안돼 3000만대 리콜 악재
"안전관리 문제 있었다" 솔직한 사과…GM 106년 만의 최대 위기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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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사원으로 GM에 첫발
GM 부설 자동차 대학인 케터링대에 입학해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더욱 깊어졌다. 1980년 케터링대 재학 당시 인턴사원으로 아버지가 근무했던 폰티악 생산라인에서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했다. 당시 그녀가 지원했던 인턴십은 ‘코-옵(co-op)’이라는 방식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회사와 똑같은 업무 환경을 만들어 놓고 직업훈련을 받는 것이었다. 바라는 남성 근로자들만 있는 곳에서 각종 잡무를 맡았던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여성은 물론이고 또래조차 찾아보기 힘든 환경에서 외롭고 힘들었다”며 “하지만 그 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바라는 대학을 졸업한 뒤 말단 엔지니어로 GM에 입사했다.
입사 33년 만에 최고 자리에
그녀가 경영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건 1990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석사(MBA)과정을 마치고 난 이후다. GM은 바라의 잠재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그녀가 MBA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장학금까지 지원했다. 이후 바라는 잭 스미스 전 GM CEO의 비서로 발탁됐는데 이것이 도약의 디딤돌이 됐다. 거기서 GM이라는 거대한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넓은 시야에서 ‘경영의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바라는 2009년부터 글로벌 인재관리(HR) 부문을 맡아 GM의 구조조정을 이끌면서 개발비용을 줄이는 등 회사의 변화를 주도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녀는 생산 현장의 비효율과 개선 방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2011년 초 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해 자동차 모델별 담당 임원 수를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는 한편 GM의 자동차 플랫폼 종류를 단순화하고 호환 부품 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였다. 이런 성과 덕분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녀를 ‘GM의 잔다르크’로 부른다.
세계 언론은 바라가 GM CEO로 내정됐을 때 보수적인 자동차 업계에서도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깨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GM 측은 “바라가 CEO가 된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발휘한 탁월한 능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바라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좋아하는 일을 택한 것”을 꼽으며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일을 통해 성장하라”는 부모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녀는 부모의 조언이 ‘인생 최고의 조언’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바라는 CEO로 데뷔한 지 1년도 채 안 돼 80차례, 총 3000만대 이상의 자동차 리콜이라는 악재를 맞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처음 구형 세단과 크로스오버 차량에서 발견된 점화 스위치 결함은 자동차 에어백, 핸들, 브레이크 등 소형 부품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수도 없이 해명하고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주변에서는 GM이라는 거대 공룡이 창사 10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고 수군거렸다.
GM은 승용차 결함 때문에 사망한 40명 이상의 유가족들과 보상·소송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사고로 사망했거나 다친 피해자 소송도 51건에 이른다. GM은 또 지난해 5월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사 후 3500만달러의 벌금을 냈고, 아직도 법무부에서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인 바라의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했다는 평가다. 그녀는 안전 및 품질에 대한 미 의회 조사보다 한 발 앞서 회사 측 안전 및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했다. 그리곤 자체적으로 유가족 보상 문제를 다룰 독립 변호사를 지정해 객관적 입장에서 회사 측 잘못과 그에 따른 배상 책임 등을 따졌다. 특히 바라는 “회사가 잘못 행동했을 경우 어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잘못된 관행을 바꿔 나가는 계기로 삼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미국 경영전문 잡지 포천은 “바라 CEO는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들을 잊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진정성을 보여 그에 대한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꿨다”며 “이를 통해 미국인의 아이콘인 GM이 자기 파괴적인 악순환에 빠지기 전에 회사를 구해냈다”고 극찬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