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와 중국 합작사 둥펑자동차가 손잡고 만든 현지 전략형 브랜드인 '베누시아' 전시관. 둥펑닛산이 올 초 판매를 시작한 소형 SUV 'T70'이 전시된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일본 닛산자동차와 중국 합작사 둥펑자동차가 손잡고 만든 현지 전략형 브랜드인 '베누시아' 전시관. 둥펑닛산이 올 초 판매를 시작한 소형 SUV 'T70'이 전시된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 김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중국 중앙정부의 신공장(4~5공장) 건설 승인이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정몽구 회장은 공장 증설 일정이 지연되자 중국사업 총괄 임원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마침내 이달 초 허베이성 창저우 공장의 착공식이 열렸다.

현대차가 중국 공장 증설에 적극 나선 이유는 현지 생산량이 급증하는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판매량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공장 증설 없이는 중국에서의 지속적인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신흥국의 경기 부진 속에서도 신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300만대가 팔렸고 올해는 전년 대비 7% 성장한 2470만대가 예상된다. 오는 2018년에는 3500만대로 불어날 전망이다. 가히 폭발적인 속도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판매 확대를 노리는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국 합작사와 손을 잡고 공장 증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중국 생산대수를 500만대로, GM(제너럴모터스)은 290만대로 각각 늘리기로 했다. 현대차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포드, 닛산 등도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모터쇼를 찾은 중국인들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상하이모터쇼를 찾은 중국인들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중국 현지 매체에서 현대자동차 부스를 취재하는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중국 현지 매체에서 현대자동차 부스를 취재하는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지난 20~21일 이틀간 현장에서 본 올해 상하이모터쇼는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줬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토종 업체(장안기차, 장성기차, 길리기차 등)와 점유율 방어에 나선 해외 합작사(북경현대, 장안포드, 둥펑닛산 등)의 열띤 경쟁 현장이었다. 축구장 49개 크기에 달하는 12개 전시관에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해외 브랜드들이 1300여대 이상의 자동차를 쏟아내며 세를 과시했다.

상하이모터쇼에서 만난 현지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브랜드 판매 비중이 85%에 달했지만 경기 둔화로 앞으로는 저가 공세를 하는 중국 토종 업체들의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종 업체들의 공세를 견제해야 하는 해외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공장 확충과 중국형 차량 출시 등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은 수입차에 대한 관세가 22.5%여서 수출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하이모터쇼 전시장 곳곳에 붙여 있는 현대·기아차 광고판. (사진=김정훈 기자)
상하이모터쇼 전시장 곳곳에 붙여 있는 현대·기아차 광고판. (사진=김정훈 기자)
현대·기아차가 폭스바겐과 GM에 이어 판매 3위 그룹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러한 현지화 전략에서 비롯된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 공들이는 모습은 상하이모터쇼 전시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쏘나타, K시리즈, KX3 등의 광고판이 넘쳐났다.

올해 7%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에서 올 1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9% 성장했으나 이전보다 성장 폭은 감소했다. 이중 해외 브랜드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에 그쳤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저가형' 로컬 업체들의 SUV 판매가 두자릿수 성장세를 올리고 있다"면서 "부유층이 고급 수입차를 타고 서민들은 싼 차를 찾는 소비 패턴의 양극화 추세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176만대를 팔았다. 중국 4, 5공장 증설을 완료하는 오는 2018년에는 27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세계 최대 규모로 급성장한 상하이모터쇼를 둘러보고 난 뒤 270만대라는 숫자는 결코 과욕처럼 보이지 않는다. 경쟁 업체들이 중국 공략을 강화하는 만큼 현대·기아차가 판매 속도를 더 내야 할지도 모른다.

상하이=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