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펀드 역사 쓴 미래에셋…펀드 수출로 '글로벌 영토확장'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이야말로 미래에셋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돼야 한다. 고객 자산을 안정적으로 불려주려면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박 회장의 이런 신념은 미래에셋이 일찍부터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선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그룹의 핵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97년 국내 최초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이며 간접투자 시장의 개막을 알렸다. ‘인디펜던스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등을 내세우며 자산운용 업계를 주도했다. 적립식 펀드를 국민적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든 곳도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운용은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글로벌 운용사’가 되겠다는 포부다.

○국내 처음으로 해외 진출

미래에셋운용은 2003년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첫 해외 진출 사례다. 국내 주식형인 디스커버리 펀드의 수익률이 연 5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때로 해외 투자 수요가 거의 없었지만 미래에셋운용은 결단을 내렸다. 홍콩에 이어 인도 영국 미국 브라질 등에 차례로 법인을 꾸렸다.

해외 운용사를 처음 인수한 곳도 미래에셋운용이다. 대만 캐나다 호주에서 중·대형 운용사를 사들였다. 미국 콜롬비아 등 6개국에서 총 153개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12년엔 중국 합작법인 ‘미래에셋화신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을 잇는 중화권 네트워크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적격기관투자가(QFII) 및 위안화 적격 기관투자가(RQFII)를 모두 획득한 최초의 운용사가 됐다.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12개국에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운용자산 86조원 중 해외에 투자하고 있는 자산은 약 27조원. 전체 자산의 31%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이젠 펀드도 수출

미래에셋운용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28개국에서 1129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 선보인 펀드만 160개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것처럼 미국 유럽 등의 투자자들도 미래에셋 펀드에 들고 있는 것. 해외 투자자들이 가입한 자산만 17조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운용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해외 법인의 수탁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 회사가 올 들어 현지법인을 통해 판매한 역외펀드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홍콩과 유럽 투자자들이 4000억원을 추가로 맡긴 데 이어 캐나다 2300억원, 호주 2100억원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만 등에서도 2200억원의 자금을 새로 유치했다. 아시아권 운용사 가운데 선진국 시장에서 펀드를 판매할 수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전무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처럼 미래에셋운용이 독일 스위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선진국에 국내 펀드를 수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운용사 중에선 독특한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역외펀드 판매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뛰어난 수익률 덕분이다. ‘미래에셋 아시아그레이트컨슈머 펀드’의 3년 수익률은 57.42%(4월27일 기준)에 달한다. 비슷한 성격의 역외펀드인 ‘미래에셋 아시아섹터리더 펀드’의 3년 수익률 역시 47.46%, 연초 이후 11.83%를 각각 기록 중이다.

○24시간 깨어있는 운용사

미래에셋운용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사내 분위기도 달라졌다. 항상 긴장된 상태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문화가 정착됐다. 하루 24시간 운용 체제가 확립되면서다. 전 세계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다이나믹 펀드’는 이런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예컨대 국내 매니저들이 아시아 채권 시장을 지켜보며, 미국 법인의 매니저들은 미국 및 유럽 채권에 투자하는 식이다. 여기에다 브라질 홍콩 캐나다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체적으로 활용한다. 365일, 24시간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글로벌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펀드의 수익 변동성을 크게 낮추면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온 비결이다.

미래에셋운용의 해외 펀드 15개는 글로벌 평가사인 모닝스타에서 상위 10% 우량 펀드에 부여되는 ‘5성 등급’(5Star)을 받았다. ‘아시아그레이트컨슈퍼 펀드’와 ‘아시아섹터리더 펀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시아(일본 제외) 펀드 93개 중 3년 수익률 부문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세계적 권위의 펀드평가사 리퍼 역시 최근 미래에셋운용에 최우수 펀드상을 수여했다. 아시아 운용사에선 유일했다. 글로벌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공정한 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상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 평가다.

미래에셋운용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사(史)는 2010년부터 미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재에 소개될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산업혁명 시대를 뛰어넘는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혁신적이고 글로벌한 미래에셋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