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그림시장 치열한 '쩐의 전쟁'…슈퍼리치 올 경매에 20조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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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지난 11~13일 뉴욕 경매에서 1조5000억원어치 사들여
그림값 10년 새 50% 상승…'아트 러시' 당분간 이어질 듯
지난 11~13일 뉴욕 경매에서 1조5000억원어치 사들여
그림값 10년 새 50% 상승…'아트 러시' 당분간 이어질 듯
피카소의 1955년작 유화 ‘알제의 여인들’이 지난 11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936만5000달러(약 1968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미국인과 중국인이 전화로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월엔 폴 고갱의 1892년작 ‘언제 결혼하니?’가 카타르 왕가에 개인 거래로 3억달러(약 3270억원)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됐다.
재산 1억달러 이상의 슈퍼 리치들이 뉴욕을 비롯해 런던 홍콩 베이징 미술시장에 복귀하며 그림 최고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미술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은 1980년대 1000만달러 이하에서 정체됐던 미술품 최고가가 올해 들어 3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머지않아 1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트프라이스닷컴이 산출한 미술품 가격지수도 올해 초 150을 돌파해 2004년(100)보다 50% 이상 올랐다. ○슈퍼 리치들 어떤 그림에 베팅하나
뉴욕 크리스티가 11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경매에는 부호들의 치열한 입찰 경쟁으로 14억1003만달러(약 1조5423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슈퍼 리치들의 왕성한 ‘미술품 식욕’에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피카소 작품은 세계적 부호와 미술 애호가들의 단골 ‘사냥감’이다. 2004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작)이 1억달러의 심리적 장벽을 깬 뒤 ‘누드, 녹색잎과 흉상’(1억980달러), ‘알제의 여인들’이 줄줄이 초고가에 팔려나갔다.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도 미술시장에서 ‘황제주’로 꼽힌다. 그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130만달러(약 1549억원)에 팔려 피카소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1억4240만달러),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1억1992만달러), 앤디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1억544만달러)도 1억달러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NO.10’(8190만달러), 뉴먼 바넷의 색면 추상화 ‘블랙 파이어Ⅰ’(7500만달러), 잭슨 폴록의 1948년작 ‘넘버(Number) 19’(5836만달러), 장 미셸 바스키아의 ‘더스트헤즈(4880만달러), 클로드 모네의 1900~1901년작 ‘의사당, 일몰’(4050만달러) 등 4000만달러를 넘는 그림도 많다. 지난해 1000만달러 이상 작품은 125점이 거래돼 2005년(18건)보다 7배로 증가했고, 100만달러 이상 작품은 1679점이 팔려 2005년에 비해 4배 늘었다.
○국제시장 활기 당분간 이어질 듯
그림값의 이 같은 상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세계적 부호들이 주식·외환시장, 부동산사업에 편중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술품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머피 크리스티 최고경영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 연간 700여개의 새로운 미술관이 설립되고 이에 따른 그림 사재기 열풍이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며 “올해 국제 경매시장 규모는 작년(152억달러)보다 20% 이상 늘어난 185억달러(약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슈퍼 리치들의 미술품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다. 낙관론자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쌓아뒀던 현금을 미술품에 계속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해외담당 대표는 “주식과 채권에 비해 미술품은 수익률이 높고 리스크가 낮다”며 “신흥 백만장자들의 미술품 투자는 유례없는 ‘아트 러시’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마야사 공주·앨런 MS 설립자·아르노 루이비통 회장 등이 ‘큰손’
셰이크 알마야사 카타르 공주는 2011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근대미술기획전에서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1억5800만파운드(약 2800억원)에 사들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소유자인 스티븐 윈의 전처 일레인 윈은 2010년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를 구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은 작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고한 미국 추상화가 바넷 뉴먼의 1953년 작품 ‘단일성 6’를 4384만5000달러에 사들여 재력을 과시했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은 주로 미국 유럽 중국 등의 부호다. 로스앤젤레스 금융계의 거물 엘리 브로드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리지오 반스앤드노블 창업자, 톰리슨 힐 블랙스톤그룹 부회장,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 명품 제조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부부, 런던의 보석 유통업자 로렌스 그래프,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인 로널드 S 로더 등이 대표적인 미술품 투자자다.
중국에서는 영화계 거물 왕중쥔 화이브러더스 회장, 상하이 금융재벌 류이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그룹 회장, 다이즈캉 정다그룹 회장 등이 미술품 ‘큰손’으로 알려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재산 1억달러 이상의 슈퍼 리치들이 뉴욕을 비롯해 런던 홍콩 베이징 미술시장에 복귀하며 그림 최고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미술정보업체 아트프라이스닷컴은 1980년대 1000만달러 이하에서 정체됐던 미술품 최고가가 올해 들어 3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머지않아 1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트프라이스닷컴이 산출한 미술품 가격지수도 올해 초 150을 돌파해 2004년(100)보다 50% 이상 올랐다. ○슈퍼 리치들 어떤 그림에 베팅하나
뉴욕 크리스티가 11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경매에는 부호들의 치열한 입찰 경쟁으로 14억1003만달러(약 1조5423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슈퍼 리치들의 왕성한 ‘미술품 식욕’에 그림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피카소 작품은 세계적 부호와 미술 애호가들의 단골 ‘사냥감’이다. 2004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파이프를 든 소년’(1905년작)이 1억달러의 심리적 장벽을 깬 뒤 ‘누드, 녹색잎과 흉상’(1억980달러), ‘알제의 여인들’이 줄줄이 초고가에 팔려나갔다.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도 미술시장에서 ‘황제주’로 꼽힌다. 그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130만달러(약 1549억원)에 팔려 피카소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1억4240만달러),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1억1992만달러), 앤디 워홀의 ‘실버 카 크래시’(1억544만달러)도 1억달러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NO.10’(8190만달러), 뉴먼 바넷의 색면 추상화 ‘블랙 파이어Ⅰ’(7500만달러), 잭슨 폴록의 1948년작 ‘넘버(Number) 19’(5836만달러), 장 미셸 바스키아의 ‘더스트헤즈(4880만달러), 클로드 모네의 1900~1901년작 ‘의사당, 일몰’(4050만달러) 등 4000만달러를 넘는 그림도 많다. 지난해 1000만달러 이상 작품은 125점이 거래돼 2005년(18건)보다 7배로 증가했고, 100만달러 이상 작품은 1679점이 팔려 2005년에 비해 4배 늘었다.
○국제시장 활기 당분간 이어질 듯
그림값의 이 같은 상승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세계적 부호들이 주식·외환시장, 부동산사업에 편중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술품으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티븐 머피 크리스티 최고경영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에 연간 700여개의 새로운 미술관이 설립되고 이에 따른 그림 사재기 열풍이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며 “올해 국제 경매시장 규모는 작년(152억달러)보다 20% 이상 늘어난 185억달러(약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슈퍼 리치들의 미술품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다. 낙관론자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쌓아뒀던 현금을 미술품에 계속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학준 서울옥션 해외담당 대표는 “주식과 채권에 비해 미술품은 수익률이 높고 리스크가 낮다”며 “신흥 백만장자들의 미술품 투자는 유례없는 ‘아트 러시’ 시대를 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자산 버블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 관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알마야사 공주·앨런 MS 설립자·아르노 루이비통 회장 등이 ‘큰손’
셰이크 알마야사 카타르 공주는 2011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근대미술기획전에서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1억5800만파운드(약 2800억원)에 사들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소유자인 스티븐 윈의 전처 일레인 윈은 2010년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를 구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설립자인 폴 앨런은 작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작고한 미국 추상화가 바넷 뉴먼의 1953년 작품 ‘단일성 6’를 4384만5000달러에 사들여 재력을 과시했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은 주로 미국 유럽 중국 등의 부호다. 로스앤젤레스 금융계의 거물 엘리 브로드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리지오 반스앤드노블 창업자, 톰리슨 힐 블랙스톤그룹 부회장, 밀러드 드렉슬러 제이크루 회장, 명품 제조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부부, 런던의 보석 유통업자 로렌스 그래프,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 창업자의 아들인 로널드 S 로더 등이 대표적인 미술품 투자자다.
중국에서는 영화계 거물 왕중쥔 화이브러더스 회장, 상하이 금융재벌 류이첸,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왕제린 완다그룹 회장, 다이즈캉 정다그룹 회장 등이 미술품 ‘큰손’으로 알려졌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