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국내는 물론 해외 생산량까지 노사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올해 임단협에 넣겠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국내 생산량에 대해서만 합의제를 운영해왔는데 이를 해외 사업장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다.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이어 국내외 생산량 조절까지 노조가 그야말로 회사 경영을 맡겠다는 얘기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며 명백한 경영권 침해다. 현대차의 국내생산 비중이 지난해 37.9%에서 2020년 28%까지 떨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든 해외생산을 막고 국내 공장 신·증설을 요구하겠다는 시도다. 하지만 해외생산이 늘게 된 원인 제공자가 바로 노조라는 것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현대차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대당 투입시간, 편성 효율 등에서 중국 미국 등 다른 해외공장과 아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한 대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국내에선 27.8시간이다. 미국(14.8시간) 체코(15.7시간)보다 두 배나 길다. 게다가 툭하면 파업이고,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세습까지 판친다. 그런데도 생산직 연봉이 1인당 1억원에 육박한다. 누가 경영자라도 국내생산은 줄이고 인건비 적고 생산성 높은 해외생산은 늘리려 할 것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자동차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더구나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최근 40% 안팎으로 떨어졌다. 미국시장 점유율도 2011년 5.1%에서 지난해 4.4%까지 추락했다. 현대차가 미국 2공장, 인도·브라질 공장의 신·증설을 검토 중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조는 부당한 경영간섭 전에 자신들의 기득권부터 내려놓는 게 순서다. 해외생산 증가로 일자리가 걱정된다면 세계 꼴찌 수준인 국내 공장 생산성부터 끌어올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회사 경영이나 공장의 미래는 어떻게 되든 당장의 몫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으로는 공멸만 있을 뿐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득권 노조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정말 이런 노조가 다른 나라에 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