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린 ‘하루엔소쿠’ 압구정점. ‘하루엔소쿠’ 제공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린 ‘하루엔소쿠’ 압구정점. ‘하루엔소쿠’ 제공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돈가스전문점 ‘하루엔소쿠’는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 손님들로 항상 만원이다. 피크타임인 낮 12시부터 1시까지는 30분 정도 기다려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을 괴롭히는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여기는 비켜가는 것처럼 보인다. 165㎡(약 50평) 크기의 이 점포는 월평균 매출 8700만원, 순이익 1800만원을 올리고 있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희 대표(55)는 “아무리 불황이라도 가격파괴 시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자는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은 매스티지 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하루엔소쿠의 경쟁력은 프리미엄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란 주장이다.

○불황에도 먹히는 매스티지 전략

돈가스 시장은 5000원 이하의 가격파괴형 브랜드와 6000~7000원대의 중가, 1만5000원 안팎의 고급 돈가스 브랜드로 나누어져 있다. 이런 브랜드들이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루엔소쿠는 여기에 착안, 고급 돈가스를 8000~1만원의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하루엔소쿠는 대표 메뉴인 ‘하루카츠’ 단품을 8900원, 정식을 9900원에 판매한다. 대부분의 메뉴가 1만원을 넘지 않도록 책정했다. 품질은 고급 돈가스 못지않은 전형적인 ‘매스티지(masstige)’ 전략인 셈이다. 하루엔소쿠라는 브랜드는 일본어로 ‘봄소풍’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매장 인테리어도 소풍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진달래꽃을 테마로 흰색과 분홍색을 활용한 밝고 화사한 매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상품 가격에 비하면 고급스런 느낌이 드는 매장을 꾸며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불황에 고전하는 자영업자들이 맨 먼저 생각하는 게 ‘가격파괴’ 전략이다. 가격파괴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매’에 실패할 경우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곤두박질 칠 수 있다. 매스티지 전략은 이 같은 가격파괴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책이다.

○매스티지 업종의 확산

매스티지란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말로 합리적인 중산층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매스티지족이라 한다. 외식 시장에서 매스티지 전략으로 성공한 브랜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랜드가 만든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는 1인당 객단가가 2만원이 넘는 기존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달리 1만원 안팎에 가격을 책정해 성공했다.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는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과 차이가 없으면서 저렴한 가격에 각종 샐러드를 비롯해 80개의 단품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분식전문점 ‘스쿨푸드’는 프리미엄 분식전문점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가격은 저렴하게 해 성공한 브랜드다. 커피브랜드인 ‘카페두다트’도 매스티지 브랜드에 속하는데, 고급 커피와 프리미엄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미들비어’는 스몰비어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탄생했다. 미들비어는 고급스러운 크래프트 맥주와 와인도 취급한다. 안주류는 치킨호프점보다 저렴하지만 스몰비어보다는 더 비싸고 푸짐하다. ‘바보스’, ‘할리비어’, ‘국민맥주’ 등이 미들비어에 속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매스티지를 표방하는 브랜드 중에는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조악한 경우가 많아 이럴 경우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매스티지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라고 지적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