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리포트] '노동·복지 대수술' 프랑스·스페인의 부활…독일·미국 성장률 추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다시 꽃피는 유로존…글로벌 경제 회복세 이끌어
노동유연성 높인 스페인…임시직 고용 쉬워지고 해고 기준 완화
법인세율도 낮춘 '개혁 패키지' 단행…1분기 성장률 0.9%…금융위기 前 회복
일요일 영업규제 푸는 프랑스…일자리 50만개 창출땐 400억유로 稅감면
실업자 복지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2년 만에 최대 성장…유로존 회복 선봉
노동유연성 높인 스페인…임시직 고용 쉬워지고 해고 기준 완화
법인세율도 낮춘 '개혁 패키지' 단행…1분기 성장률 0.9%…금융위기 前 회복
일요일 영업규제 푸는 프랑스…일자리 50만개 창출땐 400억유로 稅감면
실업자 복지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2년 만에 최대 성장…유로존 회복 선봉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올 1분기 유로존의 성장률은 0.4%(전분기 대비)로, 미국(0.1%)과 영국(0.3%)을 앞섰다.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골칫덩이였던 유로존이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효과에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그동안 경제 규모에 비해 제 역할을 못했던 유로존 주요국에서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회복의 선봉에 선 프랑스·스페인
유로존의 1분기 0.4% 성장률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전의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것이다. 유로존의 성장률이 미국과 영국을 웃돈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영국 베렌버그은행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뒤처졌던 유로존 경제 흐름이 뒤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유로존 4대 주요 경제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201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눈에 띄는 것은 0.9% 성장한 스페인과 0.6% 성장한 프랑스다. 지금까지 유로존 경제를 이끌어온 독일(0.3%)보다 높다. 유로존 2위와 4위 경제국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유로존 경제의 32%에 달한다. 유로존 경제의 28%를 차지하는 독일을 넘어선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더딘 구조 개혁으로 덩칫값을 못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이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선봉에 섰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노동시장 유연성에 주력
스페인은 과도한 국가 채무에 허덕이며 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혔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에 내몰리며 ‘돼지들(PIGS)’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러던 스페인이 경제 개혁에 나선 것은 2012년 9월이다. ECB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이른바 ‘개혁 패키지’를 내놨다. 노동시장과 세금제도 개혁은 물론 과감한 재정 지출 삭감 내용까지 포함됐다. 경직됐던 노동시장은 유연하게 바꿨다. 경영난에 몰린 기업이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임금과 근로 시간 등의 근로 조건을 바꿀 수 있게 했다. 해고 조건을 완화하고 노동력 재배치를 쉽게 했다. 노사의 단체교섭 효과를 산별 노조나 지역 노조 등 상급단체 합의에 우선하게 했다.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도 쉬워졌다.
스페인 정부는 세제 개혁도 추진 중이다. 기존 30%였던 법인세율은 올해 28%로 내렸고, 내년까지 25%로 다시 인하한다.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세금 부담도 줄였다.
내년까지 연소득 1만2450유로(약 1537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적용하는 세율은 24.75%에서 19%로, 30만유로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최고 세율은 52%에서 45%로 낮아진다. 세금 인하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이미 2012년부터 작년까지 1500억유로의 재정 지출을 줄였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페인을 ‘돌아온 스타’라고 표현하면서 “2012년 이후 스페인의 변화는 구조 개혁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복지 축소와 규제 완화
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프랑스는 복지 축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유로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게 골자다. 사회복지 비용 감축을 통해서다. 책임 협약에는 자영업자의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내는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조건으로 사회보장 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부유세 제도는 올초 시행 2년 만에 폐지했다. 파리 등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에서 일요일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노동재판 간소화와 실업자 혜택 축소, 법인세 인하 등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작년 말 올랑드 대통령은 “모든 분야에서 프랑스는 변하고 전진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칼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공공부문 파업이 이어지는 데다 아직도 구조 개혁이 진행 중인 단계지만 경직된 노동법을 정비하고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복세 좀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회복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환율 효과와 저유가 등 유로존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던 요인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1년간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25% 하락했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유로존 기업의 이익도 개선됐다. 작년 중반 이후 반토막 난 국제유가는 유로존 회복에 힘을 보탰다. 제프리 마인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면서 약세였던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유가도 상승 반전했다”며 “유로존이 경기 회복세를 발판으로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 등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박종서 기자 kej@hankyung.com
유로존 회복의 선봉에 선 프랑스·스페인
유로존의 1분기 0.4% 성장률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전의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것이다. 유로존의 성장률이 미국과 영국을 웃돈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영국 베렌버그은행의 크리스틴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뒤처졌던 유로존 경제 흐름이 뒤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유로존 4대 주요 경제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모두 플러스 성장했다. 201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눈에 띄는 것은 0.9% 성장한 스페인과 0.6% 성장한 프랑스다. 지금까지 유로존 경제를 이끌어온 독일(0.3%)보다 높다. 유로존 2위와 4위 경제국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유로존 경제의 32%에 달한다. 유로존 경제의 28%를 차지하는 독일을 넘어선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더딘 구조 개혁으로 덩칫값을 못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이 유로존 경제를 이끄는 선봉에 섰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노동시장 유연성에 주력
스페인은 과도한 국가 채무에 허덕이며 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혔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에 내몰리며 ‘돼지들(PIGS)’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그러던 스페인이 경제 개혁에 나선 것은 2012년 9월이다. ECB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이른바 ‘개혁 패키지’를 내놨다. 노동시장과 세금제도 개혁은 물론 과감한 재정 지출 삭감 내용까지 포함됐다. 경직됐던 노동시장은 유연하게 바꿨다. 경영난에 몰린 기업이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임금과 근로 시간 등의 근로 조건을 바꿀 수 있게 했다. 해고 조건을 완화하고 노동력 재배치를 쉽게 했다. 노사의 단체교섭 효과를 산별 노조나 지역 노조 등 상급단체 합의에 우선하게 했다. 임시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도 쉬워졌다.
스페인 정부는 세제 개혁도 추진 중이다. 기존 30%였던 법인세율은 올해 28%로 내렸고, 내년까지 25%로 다시 인하한다. 대부분 소득계층에서 세금 부담도 줄였다.
내년까지 연소득 1만2450유로(약 1537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적용하는 세율은 24.75%에서 19%로, 30만유로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최고 세율은 52%에서 45%로 낮아진다. 세금 인하로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이미 2012년부터 작년까지 1500억유로의 재정 지출을 줄였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페인을 ‘돌아온 스타’라고 표현하면서 “2012년 이후 스페인의 변화는 구조 개혁의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복지 축소와 규제 완화
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한 프랑스는 복지 축소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초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유로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게 골자다. 사회복지 비용 감축을 통해서다. 책임 협약에는 자영업자의 사회보장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내는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확대한다는 조건으로 사회보장 부담금을 줄이는 것이다.
부유세 제도는 올초 시행 2년 만에 폐지했다. 파리 등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에서 일요일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노동재판 간소화와 실업자 혜택 축소, 법인세 인하 등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작년 말 올랑드 대통령은 “모든 분야에서 프랑스는 변하고 전진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토니오 가르시아 파스칼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공공부문 파업이 이어지는 데다 아직도 구조 개혁이 진행 중인 단계지만 경직된 노동법을 정비하고 각종 산업 규제를 완화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복세 좀 더 지켜봐야” 신중론도
유로존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회복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환율 효과와 저유가 등 유로존 경제에 호재로 작용했던 요인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1년간 미국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25% 하락했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유로존 기업의 이익도 개선됐다. 작년 중반 이후 반토막 난 국제유가는 유로존 회복에 힘을 보탰다. 제프리 마인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살아나면서 약세였던 유로화가 강세로 돌아서고 유가도 상승 반전했다”며 “유로존이 경기 회복세를 발판으로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재정적자 등 남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구조 개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박종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