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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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종의 성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도 2014년 글로벌 판매량이 800만대를 넘어서면서 향후 장기 성장성이 글로벌 평균 수요 성장률을 크게 웃돌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업영역 확대가 가능하고 미래형 자동차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기업의 양호한 장기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부품제조사업부문에서 사업영역 확대가 기대된다. 향후 부품제조사업부문은 △현대·기아차 글로벌 생산기지로의 모듈사업 동반 진출 △중국·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핵심부품 공급 거점 확보 △미래형 자동차(스마트카·그린카) 시장 성장에 따른 사업 기회 확대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성 뛰어난 부품업계 ‘항공모함’

핵심부품 공급 늘어…완성車 가동률 '후진' 때도 매출 '전진'
현대모비스는 2013년 현재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매출 기준 세계 6위 부품기업이다. 현대모비스는 보수용 부품사업인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부품제조사업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부품제조사업부문은 자동차 3대 모듈인 섀시모듈, 칵핏모듈(운전석모듈), FEM(front end module) 등의 현대·기아차 직서열 납품과 섀시·전장용 핵심부품 제조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2014년 매출 대비 비중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강점은 꾸준한 실적 안정성이다. 현대모비스는 올 1분기에 매출 9조670여억원, 영업이익 6800여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영업이익은 4.3% 감소했다. 수익성이 하락했지만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가동률 하락, 이머징통화 약세 등의 악조건을 감안할 때 ‘선방’한 것으로 판단된다.

1분기 핵심부품 비중이 늘면서 부품제조사업부문 매출 증가율이 양호했던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가동률이 하락했지만 현대모비스의 1분기 부품제조사업부문 매출은 7조2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이 중 핵심부품 매출은 2조5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고, 핵심부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36%로 1분기(35.7%)에 비해 높아졌다. 현대·기아차의 가동률 하락을 감안하면 핵심부품 성장세(제품믹스 개선)는 양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핵심부품 공급거점 확대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기아차와 함께 성장해왔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공급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외에 25개(국내 11개 공장, 해외 14개 공장)의 공급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가동을 목표로 체코 램프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며 2016년 가동 예정인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멕시코 공장 생산품목에는 섀시모듈 운전석모듈 프런트엔드모듈 등 이 회사가 생산하는 3대 핵심 모듈이 모두 포함돼 있다. 북미지역의 경우 과거 모듈 조립만 담당해왔으나 멕시코 공장 진출을 계기로 북미지역에서도 핵심부품 공급기지를 확보하게 돼 장기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멕시코 공장은 향후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뿐만 아니라 북미 완성차 메이커에 대한 수주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카, 그린카 시장 확대도 기회

장기적으로는 스마트카, 그린카 등 미래 자동차시장 확대에 따른 성장 가능성도 기대 요인이다. 자동차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구동, 제동 등 기본적인 자동차 성능에서 완성차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있어 차별화가 중요한 경쟁요인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환경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 자동차 전장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30% 수준인 자동차 한 대당 전장부품 원가 비중은 2030년에는 약 50%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전장부품 회사로 미래형 자동차시장 도래에 대비해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차량안전시스템은 충돌 이후의 탑승자 보호라는 기존의 수동적 개념에서 벗어나 자동차가 직접 주행에 개입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즉 사고 예방 및 회피가 가능한 능동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현대모비스는 자율주차, 스마트크루즈 컨트롤 등을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구동모터와 인버터, 배터리 패키징 등 주요 부품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시장의 경우 현재 경제성 문제 등으로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 매출 성장과 이익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oohong.

조수홍 < NH투자증권 연구위원 cho@nhw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