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엘니뇨…올 여름 '슈퍼 태풍' 주의보
18년 만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한반도에 ‘슈퍼 태풍’이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의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2002년과 2003년 한반도를 차례로 강타해 수조원의 재산 피해를 안긴 태풍 루사와 매미에 버금가는 강력한 태풍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계와 민간 기상업체의 관측이다.

호주 기상청은 최근 적도 부근 지점을 관측한 결과 평년 대비 수온이 1도 이상 높아 이 지역에서 엘니뇨가 진행 중이라고 지난 12일 공식 발표했다. 세계 각국 기상청은 올 여름철 해수면 온도의 상승 속도가 예년보다 빨라 1997~199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전 세계에 집중호우, 가뭄 등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1997~1998년 엘니뇨 현상으로 동남아시아와 호주는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고, 남미는 계속되는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잇따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엘니뇨가 강력했던 1997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이상고온, 1998년 여름에는 경기 북부와 지리산 일대에 기상 관측 이래 최대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발생한다. 또 무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면서 ‘덜 더운 여름’이 찾아온다. 대신 적도 부근의 높은 해수면 온도에 힘입어 에너지를 받은 태풍 강도가 세져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금까지 발생한 태풍은 모두 7개로, 최근 30년래 평년치(2.3개)에 비해 세 배 이상 많다. 지난 10일 필리핀을 강타한 제6호 태풍 노을은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53m에 달했다. 기상청은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50m를 넘으면 매우 강력한 태풍으로 분류한다. 한반도에 찾아온 역대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은 2003년 9월 발생한 매미로,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60m에 달했다. 당시 강력한 바람과 비를 몰고 왔던 매미는 4조2225억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혔다.

민간 최대 기상업체인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엘니뇨 현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는 올 8월 말이나 9월 사이에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보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약화된 틈을 타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상청의 설명은 다르다. 기상청은 “강한 엘니뇨가 형성돼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건 맞다”면서도 “이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적도와 달리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다”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올수록 강도가 점차 약화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 말까지 대구, 경북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때이른 무더위가 계속될 전망이다.

■ 엘니뇨

페루와 칠레 등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지속해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며, 여자아이를 뜻하는 라니냐는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를 나타낸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