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업계에 서울대와 KAIST 출신 호랑이띠(1974년생) 인맥이 뜨고 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 강석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이사(공동창업자) 등이 그들이다. 스타트업 벤처투자업계에서 1974년생들의 역할이 커지면서 호랑이띠 동년배끼리 모이는 ‘호랑이클럽’ 결성도 추진 중이다. 이들은 PC가 보급되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정보기술(IT) 벤처 붐이 일었던 2000년 전후에 사회에 진출하면서 IT 창업에 익숙한 세대로 꼽힌다.
스타트업 투자 '큰손' 74년 호랑이띠 떴다
KAIST·서울대 93학번이 투자 주도

2006년 당시 KAIST 겸임교수이던 류 대표는 얼굴 등 생체인식과 이미지인식 기술 등 모바일 응용기술을 가진 벤처회사 올라웍스를 창업했다. 그는 올라웍스를 창업한 지 6년 만인 2012년 인텔에 350억원을 받고 매각하며 ‘대박’ 신화를 썼다. 지난해엔 스타트업을 보육·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를 설립하며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류 대표는 “단순 조언자가 아니라 (투자한 스타트업과) 한 팀이 돼 공동창업자처럼 일한다”고 했다.

류 대표는 강석흔 이사와도 친한 사이다.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92학번으로 KAIST 전자전산학과에 입학한 류 대표는 학교 합창단에서 산업경영학과 93학번인 강 이사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93학번인 박지영 전 컴투스 대표도 최근 창업투자사인 ‘알토스코리아 오퍼튜니티펀드’에 출자한 데 이어 퓨처플레이 고문 역할을 맡으며 스타트업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93학번인 호창성 대표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 중이던 2007년 동영상 자막서비스 ‘비키’를 만들어 일본 전자상거래업체인 라쿠텐에 2억달러(약 2100억원)에 매각하며 주목받았다. 호 대표는 “비키를 매각한 자금이 엔젤투자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로 다시 들어가고 있다”며 “벤처기업에 투자할 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 노하우를 후배들과 공유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호랑이클럽’ 결성도 추진

1974년생들이 벤처투자업계에서 최근 뜨는 이유로 IT벤처 창업의 에너지를 경험한 세대라는 점이 꼽힌다. 벤처기업을 창업해 회사를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단순히 자금 투자에 그치지 않고 벤처 경영 경험을 스타트업에 전수해주는 역할까지 발벗고 나서면서 벤처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류 대표는 “벤처 창업과 재창업을 거치며 쌓은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자는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되면서 스타트업 투자업계에서 활동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1974년생 벤처캐피털리스트의 모임인 ‘호랑이클럽’ 결성도 추진 중이다. 친목도 도모하고 스타트업 및 투자 정보도 나누자는 취지에서다. 강 이사는 “1974년생들이 모여 ‘호랑이클럽’을 만들자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1974년생들의 벤처투자업계 진출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CLSA인베스투스글로벌과 한국M&A 등에서 일한 인수합병(M&A) 전문가인 권혁태 쿨리지코너 대표, 신한금융투자에서 M&A,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한 김동환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사,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일한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 등도 호랑이클럽 잠정 멤버다.

IT업계에서는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와 KAIST 출신 86학번이 1990년대 말 인터넷·게임업계 창업을 이끈 것처럼 93학번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은 86학번 친구들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