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전경
카자흐스탄 사업가 알마즈 씨(56)는 몇 년 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재발하면서 다른 장기와 뼈로 전이됐다. 처음 수술한 병원은 ‘수술 불가’를 선고했다. 하지만 얼마 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을 찾은 그는 서울과 카자흐스탄을 오가면서 손태성 외과 교수에게 위 전절제술을 받았다.

손 교수는 “우리가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는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고 이제 항암치료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암병원에는 이처럼 외국에서 치료를 포기한 암환자의 방문이 많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는 얘기다. 남석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모든 것이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며 “전 세계 암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병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5대 암 생존율 미·일·유럽보다 높아

삼성암병원은 지난 20년간 이 병원에서 치료한 한국인 5대 암(위·대장·폐·간·유방)의 상대생존율을 선진국과 비교했다. 상대생존율은 해당 암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숨진 경우를 제외한 수치다. 삼성암병원의 위암 5년 상대생존율은 67.5%로 미국 26.3%, 유럽 24.1%보다 월등히 높았다. 일본(62.1%)과 국내 평균(65.3%)보다도 앞섰다.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 모두 선진국보다 5~15%포인트 정도 우수했다. 이 같은 암 치료 수준이 알려지면서 외국의 암 환자들이 삼성암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남 암병원장은 “삼성암병원은 ‘아시아 암치료의 허브’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나라마다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을 파악해 국가별 특화 암정밀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어 통역을 배치하는 등 글로벌 암센터로 자리잡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암(癌) 검사~치료 ‘원스톱’ 진행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이 추구하는 혁신의 중심에는 역시나 ‘환자’가 있다. 포괄적 암치료 시스템을 구현해 △기다림(대기) △통증 △흉터 △걱정이 없는 ‘4무(無) 원칙’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한시가 급한 환자에게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영하면서 다른 의료기관이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 진료’를 제공한다. 최근 문을 연 ‘젊은 유방암환자 클리닉(YBC)’이 대표적인 사례다. 40세가 안 된 젊은 환자가 주 대상이다. 젊은 여성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조직이 치밀해 초음파 검사를 통한 진단이 어려운 데다 병을 확인했어도 진행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빠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유방초음파, 뼈스캔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당일 가능한 검사를 원스톱으로 진행하고, 수술도 1주일 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전체 연구도 함께 진행하면서 재발과 전이에 대비하는 맞춤 치료도 준비 중이다. 남 암병원장은 “진단부터 치료 전 과정을 환자 중심의 특화한 협진 시스템을 통해 구현해내겠다는 것”이라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병원들이 삼성통합진료시스템(SICS)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전경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전경
대장암 10건 중 8건, 개복 않고 복강경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또 다른 특징은 수술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통증과 흉터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최소 침습수술의 정점에 있다.

일례로 대장암센터(센터장 김희철)는 최근 복강경 수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09년 이전에는 복강경 수술 비율이 50%를 밑돌았지만 2013년 기준으로 10건 중 8건에 달한다.

반면 전통적 수술법인 개복술은 2009년 절반 정도(50.5%) 차지했지만, 2013년에는 22.3%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특히 같은 복강경 수술 중에도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싱글포트 수술’은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2009년만 하더라도 전체 수술건수 대비 0.7%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29.5%에 달해 30%대에 근접했다. 2012년부터는 개복수술 건수를 앞지를 정도로 확산 추세가 뚜렷하다.

위암 수술의 글로벌 모델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고치기 힘든 암, 치료하기 어려운 희귀·난치암을 정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암환자들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거는 병원인 만큼 좀 더 가능성 높은 대안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위장관기질종양(GIST) 클리닉, 신경내분비종양(NET) 클리닉, 흑색종 클리닉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암병원을 대표하는 센터로는 기존 폐암센터뿐 아니라 위암센터를 들 수 있다. 올해 초 세계적인 학술지로 꼽히는 임상종양학저널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월 카페시타민과 시스플라틴의 임상 3상 연구 결과를 임상종양학저널에 발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전 세계 위암 의료진에 위암 수술 후 치료법에 대한 중요한 지침을 제시했다. 또 진행성 위암의 2차 항암요법과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에 관한 연구 등 앞서 발표한 논문 2건이 임상종양학저널에서 ‘2014년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혁신적인 치료 기술인 양성자 치료기를 가동할 계획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