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하나 풀었더니…서울반도체 "7000억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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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공장 연결통로 내달 착공…한경 보도 후 박 대통령 지시
공무원들 적극 나섰더니 '9년 규제' 한달 만에 풀려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기업 입장서 고민해야"
공무원들 적극 나섰더니 '9년 규제' 한달 만에 풀려
"안된다고만 하지 말고 기업 입장서 고민해야"
두 공장 사이에 연결 통로를 건설하는 서울반도체의 숙원사업이 9년 만에 이뤄졌다. 서울반도체는 2019년까지 고용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투자도 40% 확대하기로 했다. 규제 완화가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연결된 사례다.
LED(발광다이오드) 전문업체인 서울반도체는 경기 안산시 원시동에 있는 본사 공장과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180m 통로 건설공사를 다음달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두 공장 사이에는 언덕 형태의 공원 예정지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2006년 8월부터 여기에 통로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실패했다. 이 사실이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알려졌고, 작년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박 대통령은 즉시 규제 완화를 지시했지만 공사 허가를 받기까지 또 1년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던 서울반도체는 국내 투자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의 직원 수를 2019년까지 22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 규모도 7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조원대인 연매출을 2019년까지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세계 4위에서 1위 LED 패키지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대통령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기업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줘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는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에서 공급받은 LED(발광다이오드) 칩을 연결하는 LED 패키지 회사다. 그런데 직선 거리로 180m 떨어진 두 회사 공장 사이를 언덕 형태의 공원 예정지가 가로막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두 공장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내고 싶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동안 트럭으로 공원을 돌아 1.2㎞ 거리를 오가며 물건을 날랐다.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2006년부터 180m 통로를 건설하는 인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공익적 목적 외에는 공원 부지에 통로를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사연이 알려진 것은 작년 3월12일 한국경제신문 기사(사진)를 통해서다. 8일 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은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초대받아 박근혜 대통령과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사장의 얘기를 듣고 “이 자리에서 보고된 현장 대기 프로젝트들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 지시로 바로 규제가 풀릴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규정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6개월을 허비했다. 국토부는 작년 9월에야 공공 목적이 아닌 시설물도 공원 지역에 지을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령’을 고쳤다.
하지만 시행령에 ‘지하 1.5m 이상 깊이에서만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게 발목을 잡았다.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의 공장은 지상 3층 높이인데 “다른 시설과 형평성 차원에서 같게 해야 한다”며 지하로만 통로를 내도록 규정을 만든 것이다.
담당자끼리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지만 지하 통로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만 나왔다. 그러다 올초 국토부와 안산시 담당 공무원이 바뀐 뒤 변화가 일어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선추진단이 적극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과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따라 서울반도체가 연결 통로를 내려는 일부 공원 부지만 공원 지역에서 해제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반도체는 바로 안산시에 공원 부지 이용 신청을 했고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한 달 뒤인 4월27일 그 계획을 승인했다.
민원 제기 9년 만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1년 넘게 관계기관을 돌고 돌던 일이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해결된 것이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라는 박 대통령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LED(발광다이오드) 전문업체인 서울반도체는 경기 안산시 원시동에 있는 본사 공장과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 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180m 통로 건설공사를 다음달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두 공장 사이에는 언덕 형태의 공원 예정지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2006년 8월부터 여기에 통로를 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실패했다. 이 사실이 한국경제신문 보도로 알려졌고, 작년 3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박 대통령은 즉시 규제 완화를 지시했지만 공사 허가를 받기까지 또 1년2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하던 서울반도체는 국내 투자 확대로 방향을 틀었다.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의 직원 수를 2019년까지 22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 규모도 7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1조원대인 연매출을 2019년까지 3조원 이상으로 늘려 세계 4위에서 1위 LED 패키지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대통령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나서서 기업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줘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반도체는 자회사인 서울바이오시스에서 공급받은 LED(발광다이오드) 칩을 연결하는 LED 패키지 회사다. 그런데 직선 거리로 180m 떨어진 두 회사 공장 사이를 언덕 형태의 공원 예정지가 가로막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두 공장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통로를 내고 싶었지만 각종 규제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동안 트럭으로 공원을 돌아 1.2㎞ 거리를 오가며 물건을 날랐다.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2006년부터 180m 통로를 건설하는 인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공익적 목적 외에는 공원 부지에 통로를 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사연이 알려진 것은 작년 3월12일 한국경제신문 기사(사진)를 통해서다. 8일 뒤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은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초대받아 박근혜 대통령과 회의 참석자들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사장의 얘기를 듣고 “이 자리에서 보고된 현장 대기 프로젝트들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 지시로 바로 규제가 풀릴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규정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6개월을 허비했다. 국토부는 작년 9월에야 공공 목적이 아닌 시설물도 공원 지역에 지을 수 있도록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령’을 고쳤다.
하지만 시행령에 ‘지하 1.5m 이상 깊이에서만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는 문구를 넣은 게 발목을 잡았다.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의 공장은 지상 3층 높이인데 “다른 시설과 형평성 차원에서 같게 해야 한다”며 지하로만 통로를 내도록 규정을 만든 것이다.
담당자끼리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지만 지하 통로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말만 나왔다. 그러다 올초 국토부와 안산시 담당 공무원이 바뀐 뒤 변화가 일어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선추진단이 적극 나선 것도 도움이 됐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과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따라 서울반도체가 연결 통로를 내려는 일부 공원 부지만 공원 지역에서 해제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반도체는 바로 안산시에 공원 부지 이용 신청을 했고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한 달 뒤인 4월27일 그 계획을 승인했다.
민원 제기 9년 만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1년 넘게 관계기관을 돌고 돌던 일이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해결된 것이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라는 박 대통령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