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바이오 육성에 좌·우 정권 '한뜻'…다국적기업 유치 성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바이오 강국' 스웨덴을 가다
마티아스 울렌 국립생명과학연구소장
R&D 기관들 한곳 집결…금융위기 때도 투자 늘려
세계가 주목한 인간단백질, 12년 연구 끝 지도 완성
혁신 장려하는 특허제도, 연구자에게 소유권 부여
마티아스 울렌 국립생명과학연구소장
R&D 기관들 한곳 집결…금융위기 때도 투자 늘려
세계가 주목한 인간단백질, 12년 연구 끝 지도 완성
혁신 장려하는 특허제도, 연구자에게 소유권 부여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19일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정부와 과학계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귀환’을 크게 반겼다. 경쟁 도시보다 인건비와 물가가 비싼 스톡홀름이 최종 낙점받은 경쟁력은 무엇일까.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국립생명과학연구소장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과 스웨덴이 갖고 있는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출범한 국립생명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인 그는 왕립공과대(KTH) 바이오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인간단백질 지도(human protein atlas)를 완성해 ‘단백질 박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상 스웨덴 바이오산업의 총지휘자다.
○바이오 산업 주도권 승부수
지난달 28일 스톡홀름 카롤린스카대 내 국립생명과학연구소에서 단독 인터뷰에 응한 울렌 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위층에 물었더니 미국 보스턴, 영국 옥스퍼드 등 연구개발 능력이 높은 지역을 두고 고민한 끝에 스톡홀름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하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매출 261억달러를 기록한 글로벌 톱10 제약사다.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의 제네카가 1999년 합병한 회사다.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옮긴 뒤 스톡홀름 인근 연구소를 철수하고 생산능력도 줄여왔으나 이번에 전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스웨덴은 2013년 바이오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립생명과학연구소를 출범했다. 카롤린스카·스톡홀름·KTH·웁살라대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4개 대학 연구개발 기능을 한곳으로 모으는 실험이었다.
울렌 소장은 “처음 3명으로 출발한 박사급 인력이 현재는 1000명으로 늘었다”며 “스웨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비를 줄일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서 생명과학은 전기 전자 기계와 더불어 스웨덴 경제를 이끄는 주요 ‘빅4’ 산업에 포함된다. 2012년 기준 생명과학 분야는 전체 총수출액의 7.7%를 차지했다.
○인간단백질지도 최초 완성
울렌 소장이 이끄는 ‘인간단백질지도화’팀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2만3000개의 인간단백질을 모두 분석해냈다. 2003년부터 단백질 분석에 뛰어든 지 12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단백질지도화 프로젝트는 2014년 5월 과학잡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다. 올 1월에는 사이언스에 ‘인간단백질 지도’가 게재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치료 기능이 있는 단백질의 차세대 항체신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울렌 소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차세대 바이오공장을 스웨덴에 짓기로 결정한 것은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개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 권하는 특허제도
울렌 소장은 ‘돈 잘 버는 교수’로 유명하다. 1984년 처음 찾아낸 단백질 ‘프로틴A’를 제너럴일렉트릭(GE)에 기술이전해 약 8000만달러를 받았다. KTH가 로열티를 일정 부분 가져갔지만 대부분은 울렌 소장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몫으로 들어왔다. 스웨덴은 특허 소유권을 연구자에게 부여하는 독특한 지식재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대학교수나 연구자가 발명해 특허를 등록하면 소유권을 소속 기관이 갖는다.
울렌 소장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연구자에게 특허권리를 주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라며 “학내 벤처가 많은 것은 이런 특허제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울렌 소장은 단백질 관련 특허를 활용, 10개 벤처회사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두 곳은 이미 상장에 성공했다. 그는 한국의 항체의약품 바이오벤처 앱클론에 단백질 관련 특허기술을 이전하고 지분 투자에도 참여했다.
스톡홀름=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국립생명과학연구소장은 “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과 스웨덴이 갖고 있는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 능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출범한 국립생명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인 그는 왕립공과대(KTH) 바이오센터장을 겸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인간단백질 지도(human protein atlas)를 완성해 ‘단백질 박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상 스웨덴 바이오산업의 총지휘자다.
○바이오 산업 주도권 승부수
지난달 28일 스톡홀름 카롤린스카대 내 국립생명과학연구소에서 단독 인터뷰에 응한 울렌 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최고위층에 물었더니 미국 보스턴, 영국 옥스퍼드 등 연구개발 능력이 높은 지역을 두고 고민한 끝에 스톡홀름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하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매출 261억달러를 기록한 글로벌 톱10 제약사다.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영국의 제네카가 1999년 합병한 회사다.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옮긴 뒤 스톡홀름 인근 연구소를 철수하고 생산능력도 줄여왔으나 이번에 전격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스웨덴은 2013년 바이오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립생명과학연구소를 출범했다. 카롤린스카·스톡홀름·KTH·웁살라대 등 스웨덴을 대표하는 4개 대학 연구개발 기능을 한곳으로 모으는 실험이었다.
울렌 소장은 “처음 3명으로 출발한 박사급 인력이 현재는 1000명으로 늘었다”며 “스웨덴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생명과학 분야 연구개발비를 줄일 때 오히려 공격적으로 투자한 덕분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에서 생명과학은 전기 전자 기계와 더불어 스웨덴 경제를 이끄는 주요 ‘빅4’ 산업에 포함된다. 2012년 기준 생명과학 분야는 전체 총수출액의 7.7%를 차지했다.
○인간단백질지도 최초 완성
울렌 소장이 이끄는 ‘인간단백질지도화’팀은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2만3000개의 인간단백질을 모두 분석해냈다. 2003년부터 단백질 분석에 뛰어든 지 12년 만에 거둔 결실이었다. 단백질지도화 프로젝트는 2014년 5월 과학잡지 네이처의 표지를 장식했다. 올 1월에는 사이언스에 ‘인간단백질 지도’가 게재됐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치료 기능이 있는 단백질의 차세대 항체신약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울렌 소장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차세대 바이오공장을 스웨덴에 짓기로 결정한 것은 단백질을 이용한 신약개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창업’ 권하는 특허제도
울렌 소장은 ‘돈 잘 버는 교수’로 유명하다. 1984년 처음 찾아낸 단백질 ‘프로틴A’를 제너럴일렉트릭(GE)에 기술이전해 약 8000만달러를 받았다. KTH가 로열티를 일정 부분 가져갔지만 대부분은 울렌 소장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몫으로 들어왔다. 스웨덴은 특허 소유권을 연구자에게 부여하는 독특한 지식재산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는 대학교수나 연구자가 발명해 특허를 등록하면 소유권을 소속 기관이 갖는다.
울렌 소장은 “유럽에서 유일하게 연구자에게 특허권리를 주는 지식재산권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라며 “학내 벤처가 많은 것은 이런 특허제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울렌 소장은 단백질 관련 특허를 활용, 10개 벤처회사에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두 곳은 이미 상장에 성공했다. 그는 한국의 항체의약품 바이오벤처 앱클론에 단백질 관련 특허기술을 이전하고 지분 투자에도 참여했다.
스톡홀름=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