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무능한 방역당국] '질병 수사관' 34명 중 32명이 공중보건의…예산은 '5분의 1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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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화' 키운 보건당국
전문성 부족으로 조사·방역 '초동대처' 실패
8곳 세운다던 시·도 감염병관리본부 1곳뿐
전문성 부족으로 조사·방역 '초동대처' 실패
8곳 세운다던 시·도 감염병관리본부 1곳뿐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직후 효과적으로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보건원을 확대 개편해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전 세계 감염 바이러스는 진화하는 반면 고질적인 인력 예산 부족 속에 감염병 방지 역량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질병 수사관 대부분 공중보건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처럼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은 최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다. 역학조사는 특정 감염병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방역 대책을 세운다. 질병 원인을 수사하듯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질병 수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역학조사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의 ‘아킬레스건’이다. 국내의 역학조사관은 34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 14명, 인천공항검역소 2명, 17개 시·도에 18명이 있다. 그나마 34명 가운데 질병관리본부의 2명을 제외한 32명은 모두 공중보건의다. 공보의는 군복무를 대신해 3년간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매년 역학조사 전문 요원을 80명가량 뽑아 2년간 교육한다.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시작돼 65년간 전문가 5000여명을 배출했다.
전체 인력도 질병관리본부는 318명에 불과한 반면 CDC는 1만5000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공중 보건의 중심의 역학조사 체계로는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을 조사하기는 역부족이고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병원 내 감염 방지’ 구축 실패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8월 수립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효과적인 감염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계획은 의료관련 감염 예방 관리 강화를 위해 병원 감염관리실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2017년까지 17개 시·도에 감염병관리본부를 구축, 운영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현행 의료법에선 200개 이상의 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의무적으로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의무 설치 기준을 병상 100개 이상인 병원으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병원계의 반발에 막혔다. 병원들에 이 규정을 강제하거나 재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다.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확산되는 메르스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시·도 감염병관리본부를 지난해까지 4곳, 올해까지 8곳으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시·도 감염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경기도 한 곳에만 설치됐다.
○홀대 받는 방역예산
턱없이 부족한 신종 감염병 관련 예산도 메르스 감염 환자가 늘어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정부는 안전 예산을 작년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14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에볼라 출혈열, 사스, 메르스 등 신·변종 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R&D 예산은 올해 217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비슷한 연구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예산인 45억달러(약 4조9000억원)와 비교하면 200분의 1 수준이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강화 사업’ 예산도 2007년 153억원에서 올해 34억원으로 급감했다. 신종 감염병 국가격리시설 운영 사업비도 2013년 11억2900만원에서 올해 9억1200만원으로 줄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은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민간의 전문 인력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역학조사관
감염 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해 방역 대책을 세우는 전문가. 환자의 치료와 격리는 물론 접촉자에 대한 감염 관리 등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에선 질병관리본부 14명을 포함해 전국에 34명의 역학조사관이 있다. 이 중 32명이 3년 임기의 공중보건의여서 경험 축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승우/조진형/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
○질병 수사관 대부분 공중보건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처럼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은 최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다. 역학조사는 특정 감염병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방역 대책을 세운다. 질병 원인을 수사하듯 찾아야 하기 때문에 ‘질병 수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역학조사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의 ‘아킬레스건’이다. 국내의 역학조사관은 34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에 14명, 인천공항검역소 2명, 17개 시·도에 18명이 있다. 그나마 34명 가운데 질병관리본부의 2명을 제외한 32명은 모두 공중보건의다. 공보의는 군복무를 대신해 3년간 공중보건 업무에 종사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매년 역학조사 전문 요원을 80명가량 뽑아 2년간 교육한다.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시작돼 65년간 전문가 5000여명을 배출했다.
전체 인력도 질병관리본부는 318명에 불과한 반면 CDC는 1만5000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공중 보건의 중심의 역학조사 체계로는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을 조사하기는 역부족이고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병원 내 감염 방지’ 구축 실패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8월 수립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효과적인 감염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본계획은 의료관련 감염 예방 관리 강화를 위해 병원 감염관리실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2017년까지 17개 시·도에 감염병관리본부를 구축, 운영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현행 의료법에선 200개 이상의 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은 의무적으로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의무 설치 기준을 병상 100개 이상인 병원으로 설정하려고 했지만 병원계의 반발에 막혔다. 병원들에 이 규정을 강제하거나 재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수단도 거의 없다.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확산되는 메르스를 막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실패한 것이다. 시·도 감염병관리본부를 지난해까지 4곳, 올해까지 8곳으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시·도 감염병관리본부는 지난해 경기도 한 곳에만 설치됐다.
○홀대 받는 방역예산
턱없이 부족한 신종 감염병 관련 예산도 메르스 감염 환자가 늘어난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여파로 정부는 안전 예산을 작년 12조4000억원에서 올해 14조6000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에볼라 출혈열, 사스, 메르스 등 신·변종 감염질환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R&D 예산은 올해 217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비슷한 연구 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예산인 45억달러(약 4조9000억원)와 비교하면 200분의 1 수준이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전염병 대응체계강화 사업’ 예산도 2007년 153억원에서 올해 34억원으로 급감했다. 신종 감염병 국가격리시설 운영 사업비도 2013년 11억2900만원에서 올해 9억1200만원으로 줄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은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며 “민간의 전문 인력과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역학조사관
감염 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해 방역 대책을 세우는 전문가. 환자의 치료와 격리는 물론 접촉자에 대한 감염 관리 등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한국에선 질병관리본부 14명을 포함해 전국에 34명의 역학조사관이 있다. 이 중 32명이 3년 임기의 공중보건의여서 경험 축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승우/조진형/김주완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