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배아에 인간세포 주입…이식용 장기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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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유전자 이야기 (4) 장기이식 대안 찾기
김혜수, 김고은 씨가 출연한 영화 ‘차이나타운’, 원빈 씨 주연의 ‘아저씨’는 장기밀매를 소재로 한 범죄 영화다. 술에 취한 채 자고 일어났더니 콩팥이 없어졌다는 괴담이 있을 만큼 불법 장기 적출과 밀매는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그 이유는 매년 심장, 간, 폐, 췌장 등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많은데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매년 수만명의 장기이식 대상자가 기증자를 기다리다가 사망한다.
최근 돼지가 장기이식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돼지는 다태 동물이어서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인간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다. 원숭이에 비해 장기 적출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덜하다. 그러나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돼지의 항원이 사람 체내에서 면역거부 반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로 항원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돼지 체내에서 인간세포로 구성된 장기를 만들 수도 있다. 첫째,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돼지의 유전자를 제거해 특정 장기가 없는 돼지를 만든다. 둘째, 그 돼지의 체세포를 탈핵된 돼지 난자에 도입해 복제 배아를 만든다. 셋째, 배아에 인간 분화만능 줄기세포를 도입한다. 넷째, 대리모 돼지에게 이식해 인간세포로 구성된 장기를 가지고 태어난 돼지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돼지 체내에서 생성된 인간세포 유래 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사람 장기를 동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수년 전 나가우치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생쥐 줄기세포를 쥐 배아에 이식해 생쥐 장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 소크연구소팀은 인간 줄기세포를 생쥐 배아에 이식했더니 인간세포가 생쥐세포와 섞여 분화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식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장기를 생쥐 체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돼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윤희준 중국 옌볜대 교수팀과 함께 특정 장기가 없는 돼지 태아를 만드는 데 성공해 다음 단계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법과 규제는 신기술에 우호적이지 않다. 일례로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동물의 배아에 이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치료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유전자변형생물(GMO)에 대한 규제도 외국에 비해 엄격하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잘 활용하면 인류 복지에 기여할 수 있고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제 완화와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김진수 < 서울대 화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
최근 돼지가 장기이식 문제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돼지는 다태 동물이어서 대량 생산이 용이하고 인간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다. 원숭이에 비해 장기 적출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덜하다. 그러나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돼지의 항원이 사람 체내에서 면역거부 반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로 항원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돼지 체내에서 인간세포로 구성된 장기를 만들 수도 있다. 첫째,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돼지의 유전자를 제거해 특정 장기가 없는 돼지를 만든다. 둘째, 그 돼지의 체세포를 탈핵된 돼지 난자에 도입해 복제 배아를 만든다. 셋째, 배아에 인간 분화만능 줄기세포를 도입한다. 넷째, 대리모 돼지에게 이식해 인간세포로 구성된 장기를 가지고 태어난 돼지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돼지 체내에서 생성된 인간세포 유래 장기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사람 장기를 동물을 이용해 생산하는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수년 전 나가우치 일본 도쿄대 교수팀은 생쥐 줄기세포를 쥐 배아에 이식해 생쥐 장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미국 소크연구소팀은 인간 줄기세포를 생쥐 배아에 이식했더니 인간세포가 생쥐세포와 섞여 분화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이식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장기를 생쥐 체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돼지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윤희준 중국 옌볜대 교수팀과 함께 특정 장기가 없는 돼지 태아를 만드는 데 성공해 다음 단계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법과 규제는 신기술에 우호적이지 않다. 일례로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동물의 배아에 이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치료도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유전자변형생물(GMO)에 대한 규제도 외국에 비해 엄격하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잘 활용하면 인류 복지에 기여할 수 있고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규제 완화와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김진수 < 서울대 화학부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