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실패…공석 8개월인데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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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올초부터 5개월간 심사 결과 "적격자 없다" 발표
막판 경합 윤진섭·최효준 씨 탈락…조만간 재공모 나설듯
막판 경합 윤진섭·최효준 씨 탈락…조만간 재공모 나설듯
지난해 10월 정형민 전 관장이 직위해제된 뒤 8개월째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가 적임자를 찾지 못해 무산됐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 지원한 15명 가운데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63)과 미술평론가 윤진섭 씨(61)가 지난 3월 최종 후보로 확정됐으나 서류심사와 면접, 영향평가에서 ‘대상자 없음’으로 최종 결정났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관장은 적극성과 창의성, 쇄신의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물밑으로 미술계 의견을 널리 수렴했다”며 “최선의 인사가 되도록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책임운영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장 선임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관장 공모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관장 선임 규정상 임명제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모를 다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 곧 재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배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이 관장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나 미술계가 요구하는 현안 등에 적극 나서기는 어정쩡한 상태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융성이 유독 미술 쪽에서는 겉돌고 있고, ‘관장도 없는 국립미술관’이란 오명은 이미 외국에까지 퍼졌다. 세계 최대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가 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에도 한국 미술계를 대표할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없어 국제 미술계의 눈총을 받았다. 또 이달 안에 기본 틀을 확정해야 하는 내년 예산안 마련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기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고, 신규 사업은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지장받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예산안의 경우 정부 안이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관장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예산 증액이나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여서 관장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장이 예산안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술계는 ‘소통 능력과 현장 경험이 있는 미술인이 관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협회 회장은 “현대미술 분야에 밝은 사람이 관장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전에도 정부의 ‘코드 인사’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세와 지명도를 따지기보다 정책과 시장에 조예가 깊고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지낸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업무는 상당히 행정적·정무적인 일이라 현대미술 현황에 정통하고, 미래 전략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갖고 소신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관장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에 지원한 15명 가운데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63)과 미술평론가 윤진섭 씨(61)가 지난 3월 최종 후보로 확정됐으나 서류심사와 면접, 영향평가에서 ‘대상자 없음’으로 최종 결정났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관장은 적극성과 창의성, 쇄신의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물밑으로 미술계 의견을 널리 수렴했다”며 “최선의 인사가 되도록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책임운영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후보자 가운데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채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관장 선임은 상당 기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관장 공모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관장 선임 규정상 임명제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공모를 다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인사혁신처와 협의를 거쳐 곧 재공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정배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이 관장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나 미술계가 요구하는 현안 등에 적극 나서기는 어정쩡한 상태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융성이 유독 미술 쪽에서는 겉돌고 있고, ‘관장도 없는 국립미술관’이란 오명은 이미 외국에까지 퍼졌다. 세계 최대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작가가 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에도 한국 미술계를 대표할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없어 국제 미술계의 눈총을 받았다. 또 이달 안에 기본 틀을 확정해야 하는 내년 예산안 마련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기존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고, 신규 사업은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지장받는 것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예산안의 경우 정부 안이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관장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예산 증액이나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수여서 관장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장이 예산안에 대해 잘 모를 경우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술계는 ‘소통 능력과 현장 경험이 있는 미술인이 관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협회 회장은 “현대미술 분야에 밝은 사람이 관장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전에도 정부의 ‘코드 인사’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세와 지명도를 따지기보다 정책과 시장에 조예가 깊고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화랑협회 회장을 지낸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업무는 상당히 행정적·정무적인 일이라 현대미술 현황에 정통하고, 미래 전략에 대해 명확한 원칙을 갖고 소신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경우라도 관장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