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음악 '해적질 온상'된 모바일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올더다운 블랙라벨2’는 다양한 영화와 TV 드라마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이다. 동영상 코너는 한드(한국 드라마), 미드(미국 드라마), 예능, 시사·교양, 애니(애니메이션)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영화 카테고리에는 ‘산다’ ‘코인라커’ 등 최신 영화가 올라와 있다. 즐겨찾기, 게시판, 영상 랭킹 등 메뉴도 다양하다.

얼핏 보기에 CJ헬로비전의 ‘티빙’이나 SK플래닛의 ‘호핀’ 등 모바일TV 앱과 닮았다. 하지만 이 앱은 안드로이드 앱 공식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차단된 불법 앱이다. 국내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치 합법적으로 동영상을 제공하는 앱처럼 공들여 만들어놨다”고 말했다.

모바일이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문화콘텐츠의 불법 유통·소비 창구로 떠올랐다.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5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국내에 불법 유통된 콘텐츠(음악·영화·방송·출판·게임 등)는 전체의 17.5%에 달해 토렌트(38.2%) 다음으로 비중이 높았다. 웹하드(16.5%), 포털사이트(15.5%), P2P(12.4%)가 그 뒤를 이었다.

불법 사업자들은 광고를 유치하거나 콘텐츠를 합법적인 가격보다 싸게 팔아 수익을 얻는다.

모바일이 불법 복제물의 유통 창구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성희 저작권보호센터 조사홍보팀 과장은 “지난해까지 조사 대상에 넣지 않았던 모바일 불법 유통 비중이 웹하드보다 높게 나온 것은 스마트폰 대중화 등으로 불법 콘텐츠 수요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웹하드 비중 감소에 따른 풍선 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웹하드의 불법 콘텐츠 유통량 비중은 2011년 36.1%에서 지난해 16.5%로 줄었다. 정 과장은 “2012년 5월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단속 모니터링이 강화된 데다 제휴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인터넷TV(IPTV) 등 합법적인 일반 동영상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웹하드를 통한 영화의 불법 유통량은 2013년 8800여만개에서 지난해 4500여만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불법 복제물이 휴대폰·태블릿PC 등에서 유통되는 창구는 앱과 모바일 웹하드다. 불법 앱은 공식 앱장터에서는 대부분 신고로 차단되기 때문에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불법 인터넷주소를 올리는 식으로 배포된다. 음원 앱은 합법적인 음원 스트리밍 앱처럼 미리듣기·스트리밍·다운로드 등의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불법 모바일 웹하드는 PC웹하드에 올라온 동영상 가운데 인기 있는 작품을 스마트 기기에 맞는 동영상 크기로 변환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무단 제공하고 있다.

불법 모바일 웹하드와 앱은 한류 열풍을 교묘히 이용해 콘텐츠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와 중국 투더우 등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 국내 방송이 합법 또는 불법으로 실시간 스트리밍되거나 방송 후 단시간 내에 올라오는 것에 착안, 이를 연계해 보여주는 불법 모바일 앱을 배포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불법 콘텐츠 유통에 따른 콘텐츠별 영업이익 감소분(추정)은 영화가 645억원으로 가장 컸고 △음악 539억원 △게임 396억원 △방송 189억원 △출판 179억원 등이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