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의 덫…결국 날개 접은 콩코드기
매몰비용이란 이미 투입돼 이후 어떤 선택을 해도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매몰비용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경제 개념 중 하나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매몰비용을 고려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례로 콩코드여객기 개발사업이 그것이다.

프랑스는 1969년 초음속 여객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많은 국민과 학자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콩코드여객기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정부는 이미 지급된 금액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을 중단하기를 주저했고, 결국 1976년 콩코드여객기는 완성됐다. 콩코드여객기는 기체 결함과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다가 2000년대 초반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이에 매몰비용을 고려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오류를 ‘콩코드 오류’라 부르게 됐다.

매몰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은 분명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내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매몰비용이라 해서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매몰비용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실에 가장 먼저 주목한 사람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매몰비용을 배제한 의사결정은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매몰비용에서 경영시사점 도출

매몰비용의 덫…결국 날개 접은 콩코드기
복사기를 생산하기 위한 업체가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해 막대한 설비투자를 감행했으며, 설비투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해당 업체는 복사기 판매 가격이 복사기를 생산하는 데 투여되는 추가적인 가변비용보다 크기만 하면 생산을 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복사기를 한 대를 추가로 생산하기 위해 100만원씩의 비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복사기 판매금액이 100만원보다 클 경우 그 차액만큼 설비투자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의사결정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매몰비용인 설비투자 금액을 배제하고 얻어진 결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스텐슨 교수는 매몰비용을 배제한 의사결정에 커다란 단점이 있음에 주목한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복사기 제조회사의 경우 애초부터 경쟁력 없는 시설투자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복사기의 시장가격보다 훨씬 큰 평균생산비용을 투여해야 하지만 복사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투자는 애초 잘못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추구해야 할 최선의 선택은 잘못된 결정을 신속하게 바로잡고 보다 혁신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시설투자를 감행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권고하는 것처럼 매몰비용을 배제한 채 의사결정을 수립할 경우 당분간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존 시설투자를 이용, 계속해서 영업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결정은 결국 새로운 투자나 혁신을 시도할 기회를 저버리게 만들거나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몰비용을 배제한 의사결정은 단기간에는 분명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고 혁신을 추구할 기회를 지연시킬 수 있는 것이다.

○ 단기 손실 연연하다 혁신기회 놓쳐

매몰비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유는 더 있다. 매몰비용이 다른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매몰비용인 설비투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특정 기업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감행할 경우 다른 기업은 상대 기업의 투자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기업의 태도와 입장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표준을 두고 경합 중인 A, B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때 A사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 표준을 활용할 대규모 공장을 준설하는 등 막대한 시설투자를 집행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시설투자 행위를 지켜본 B사는 A사가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믿게 될 것이다. 따라서 B사는 자신의 기술표준을 고집하기보다는 타사의 기술표준을 받아들이는 것을 고민하게 된다. 이처럼 특정 기업이 이미 지출해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인 매몰비용은 여타 기업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 기업 경영 활동 내용에 변화를 유발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