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매년 수십조 낭비하는 사교육…지대추구경합이 부른 '수능의 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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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선택 시각으로 본 사회 (13) 경합이론과 대입 수능
'대학입시 소모전' 매년 되풀이돼
사회가 치르는 비용도 해마다 커져
정부 주도로 시행하는 대학입시
대학별 자율에 맡겨 낭비 줄여야
'대학입시 소모전' 매년 되풀이돼
사회가 치르는 비용도 해마다 커져
정부 주도로 시행하는 대학입시
대학별 자율에 맡겨 낭비 줄여야
![[한국 현대사] 매년 수십조 낭비하는 사교육…지대추구경합이 부른 '수능의 대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6/AA.10054209.1.jpg)
현행 수능과 대입 경쟁은 고든 털럭이 일찍이 분석한 소모적인 ‘지대추구경합(rent-seeking contest)’의 전형이다. ‘가족단위’로 자원을 투입해 상(賞)을 차지하기 위해 매달리는 치열한 경합(競合)이다. 수능의 상은 상위권 유명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며 이는 나중에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등으로까지 이어진다. 승자가 차지하는 상이 크므로 대입 경합에는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며 그만큼 낭비도 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현대사] 매년 수십조 낭비하는 사교육…지대추구경합이 부른 '수능의 대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506/AA.10054252.1.jpg)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수능은 한국 역사상 가장 공정하게 출제, 평가되는 시험으로 여겨진다. 수십년 전에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입학시험을 봤는데 문제의 출제와 채점 및 관리 수준은 지금 수능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조선시대 국가시험인 과거(科擧)도 문제의 출제, 평가, 시험 진행 등에 문제가 많았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에게 답안지를 대신 쓰게 하거나 대리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심부름하고 음식 장만하는 하인들까지 시험장에 대동했기에 시험장은 난장판에 가까웠다. 대동과(大同科)는 왕이 친히 참관하는 과거로 2시간 동안 시험을 보고 당일에 채점을 끝내 합격자를 발표했다. 당연히 응시자는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테고 채점 또한 정교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운이 좋으면 붙을 수도 있기에 ‘행과(倖科)’라고도 불렸다. 숙종 20년(1694년)에는 1만여명이 응시했고, 영조 15년(1739년)에는 1만7000명이 응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시험장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관리 차원을 넘어서 수능 자체와 대입제도 전반의 본질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대입경합이 지대추구경합의 성격에서 벗어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관리 차원의 개선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각종 이익집단의 이익이 반영되면서 시험의 성격이 변했고 갈수록 자원 낭비를 부추겼다는 사실이다. 당초 수능은 ‘대학 교육 수학에 필요한 학업 적성을 측정하기 위해 통합교과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에 맞춰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었다. 그러나 각 교과목 공급자들(교사 및 교사 양성 학과)의 이익이 반영되면서 과목 수가 늘어나더니 결국 모든 과목이 수능에 포함됐다. 학생들은 ‘교육공급자의 이익’을 위해 없는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험은 싫더라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물론 실패자에게 패자부활전을 가능케 하고 다양한 경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한다. 수능 및 대입제도의 개선방안을 공급자(교육계 및 교육정책당국)에게만 맡기지 말고 사회 전체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익집단들의 사익 추구를 최대한 억제하고 지대추구경합에 낭비되는 자원을 줄여 생산적 활동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상학 <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