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장기화로 쇄신안 못 내놓는 포스코
포스코는 지난달 1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검찰 수사로 얼룩진 회사 이미지와 내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권오준 회장이 직접 쇄신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의지가 강했다. 쇄신위는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로 나누어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출범 40일이 지나도록 포스코는 쇄신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수사 장기화로 쇄신안 확정 못해

포스코 관계자들에 따르면 쇄신위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네 시간씩 회의를 하며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투명입찰을 위한 거래관행 개선방안, 인사혁신을 통한 책임인사 체제 확립방안, 사회공헌 확대방안 등을 놓고 집중적인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이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지난달 첫 자문위원 회의 결과 ‘순혈주의 타파’와 ‘기업문화 전반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문 받았다. 또 지난 18일엔 사외이사와 자문위원단, 쇄신위가 함께 1차 중간점검 회의를 열고 “비자금 사건에 대한 의혹을 털어내고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하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위 출범 이후 팀장급 이상 직원의 토요일 근무가 부활했고, 임원들의 출근시간도 빨라지는 등 조직 내부에 변화도 생겼다.

이런 움직임만 보면 쇄신에 대한 의지가 약해졌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쉽게 쇄신안을 확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당장은 ‘내홍’이 원인이 됐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에 대한 문건 유출을 둘러싸고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이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검찰 수사의 장기화도 한 원인이 됐다. 지난 3월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검찰수사는 3개월이 지났지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당초 검찰 수사가 종료되는 시점에 수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한 쇄신안을 내놓겠다는 구상을 했지만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성과는 아직 미미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미국USP 등 계열사를 매각했다. 포항시 지곡동 대형마트 건물, 베트남과 마산 백화점, 포스타워 등 비핵심 자산도 팔았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조500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에 포스코건설 지분을 팔아 1조2000여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포스코플랜텍, 포스하이알 등 부실 계열사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무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 취임 직전인 지난해 1분기 포스코가 확보한 현금은 4조3589억원이었으나 올 1분기에는 4조417억원으로 줄었다. 연결기준 차입금도 28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사업 손실과 계열사 부실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다행히 최근 들어선 괜찮은 조짐도 보인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부실 자회사 처리도 가닥을 잡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의 내홍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업본부장 출신의 김영상 사장이 대우인터내셔널 신임 대표이사가 된 후 자발적으로 포스코 쇄신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쇄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