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단독 인터뷰] 황우석 "줄기세포 실체 인정받아…불치병 연구에 온몸 던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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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번 배아줄기세포' 등록 신청 허용…11년 만에 연구 길 열려
모든 시설·인력 이미 완비…내일이라도 등록 신청 가능
정부 미래지향적 검토 기대
질병관리본부 허가 받으면 국제 공동연구 나설 것
모든 시설·인력 이미 완비…내일이라도 등록 신청 가능
정부 미래지향적 검토 기대
질병관리본부 허가 받으면 국제 공동연구 나설 것
황우석 박사(사진)의 ‘1번 배아줄기세포(NT-1)’ 등록 신청 자체를 거부한 질병관리본부 처분은 부당하다는 24일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0일 내 등록 여부 결정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질병관리본부가 더 이상 황 박사 연구팀의 NT-1 등록 신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생명윤리법’에 따라 2010년부터 연구자는 인간 줄기세포주를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는 “난자 수급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문제 등이 있었다”며 황 박사가 2003년 4월 서울대 재직 시절 만든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의 등록신청 자체를 거부했다.
황 박사는 이런 규정 때문에 인간 줄기세포주 대신 반려견 복제 등 동물 줄기세포주 연구에 몰두해 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황 박사가 등록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면 질병관리본부는 180일 이내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판결로 등록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의 등록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NT-1 및 관련 서류의 ‘과학적 적절성’이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NT-1 관련 특허 등록에 성공하기도 했다.
논문 조작 자체는 사실로 밝혀졌지만 황 박사가 개발한 배아줄기세포 제조법은 그동안 캐나다 물질특허·방법특허,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 줄기세포 배양액 특허 등을 확보하는 등 일정 부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등록되면 연구 재개
과학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줄기세포주 등록은 사실상 줄기세포 연구 자격을 얻게 된다는 의미다. 작년 7월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줄기세포주(국내 기관 신청분)는 모두 85개다. 배아연구기관으로 지정된 연구소는 줄기세포주가 등록된 이후 자체 생명윤리위원회(IRB)를 열어 연구 여부를 결정한다. 황 박사가 근무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배아연구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생명윤리법과 관련된 사안을 검토·의결하는 기관이어서 민간단체의 연구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사법부가 행정부 대신 문 열어”
줄기세포주는 배양 조건만 맞으면 지속적으로 증식할 수 있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주를 말한다. 이날 대법원은 “줄기세포주 등록제의 목적은 이미 수립된 줄기세포주의 연구와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며 “과학적 요건만 갖출 것을 등록요건으로 정한 만큼 윤리적 이유로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열린 1·2심에서도 “2004년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난자 수급과 관련한 윤리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난자 수급에 비윤리적 행위가 있거나 단성생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줄기세포주 등록 기준이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시대적 상황에 맞춰 더 이상 윤리적 잣대로 미래과학적 연구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의학계에선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의 줄기세포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영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시험관 수정 시술을 시도하고 남은 난자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그 셰어링(난자 공유제도)’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진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데, 종교계 등의 반발과 부정적 여론 때문에 행정부의 결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역할을 사법부가 해준 것”이라고 반겼다.
◆“승인해주면 해외서 활동”
“여기까지 오는 데 정확히 11년 걸렸습니다.” 이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황 박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깊은 감회가 섞여 있었다. 그는 “등록 반려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사법부가 NT-1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면서 “후속되는 여러 가지 과정(줄기세포주 등록, 특허 등록 등)에서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황 박사는 “내가 직접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 하지만 1·2·3심 모두 동일한 견해가 나왔다. 정부가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등록 재신청은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드렸고 정부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박사는 “하지만 수년 전부터 모든 시설과 인력은 완비돼 있다”며 “정부가 긍정적으로 판단해준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신청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허가를 해주면 이미 주요 5개국과 국제공동연구체제가 갖춰져 있는 만큼 서둘러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제한된 여건과 부정적 여론이 상존해 있는 만큼 다국적 연구팀과 해외에서 연구하는 것이 홀가분하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줄기세포를 수립하고 초기 분화하는 과정까지만 연구할 것이다. 그 이후 특정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연구는 의학자들이 임상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
◆180일 내 등록 여부 결정
이번 대법원 판결로 질병관리본부가 더 이상 황 박사 연구팀의 NT-1 등록 신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생명윤리법’에 따라 2010년부터 연구자는 인간 줄기세포주를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해야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는 “난자 수급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문제 등이 있었다”며 황 박사가 2003년 4월 서울대 재직 시절 만든 인간 배아줄기세포주의 등록신청 자체를 거부했다.
황 박사는 이런 규정 때문에 인간 줄기세포주 대신 반려견 복제 등 동물 줄기세포주 연구에 몰두해 왔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황 박사가 등록신청서를 다시 제출하면 질병관리본부는 180일 이내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판결로 등록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질병관리본부의 등록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NT-1 및 관련 서류의 ‘과학적 적절성’이기 때문이다. 황 박사는 지난해 2월 미국에서 NT-1 관련 특허 등록에 성공하기도 했다.
논문 조작 자체는 사실로 밝혀졌지만 황 박사가 개발한 배아줄기세포 제조법은 그동안 캐나다 물질특허·방법특허,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 줄기세포 배양액 특허 등을 확보하는 등 일정 부분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등록되면 연구 재개
과학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줄기세포주 등록은 사실상 줄기세포 연구 자격을 얻게 된다는 의미다. 작년 7월 현재 질병관리본부에 등록된 줄기세포주(국내 기관 신청분)는 모두 85개다. 배아연구기관으로 지정된 연구소는 줄기세포주가 등록된 이후 자체 생명윤리위원회(IRB)를 열어 연구 여부를 결정한다. 황 박사가 근무하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은 배아연구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생명윤리법과 관련된 사안을 검토·의결하는 기관이어서 민간단체의 연구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사법부가 행정부 대신 문 열어”
줄기세포주는 배양 조건만 맞으면 지속적으로 증식할 수 있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주를 말한다. 이날 대법원은 “줄기세포주 등록제의 목적은 이미 수립된 줄기세포주의 연구와 이용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며 “과학적 요건만 갖출 것을 등록요건으로 정한 만큼 윤리적 이유로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열린 1·2심에서도 “2004년 생명윤리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난자 수급과 관련한 윤리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난자 수급에 비윤리적 행위가 있거나 단성생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등록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줄기세포주 등록 기준이 명확해졌다고 분석했다. 시대적 상황에 맞춰 더 이상 윤리적 잣대로 미래과학적 연구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의학계에선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한 종합병원의 줄기세포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영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시험관 수정 시술을 시도하고 남은 난자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그 셰어링(난자 공유제도)’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진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데, 종교계 등의 반발과 부정적 여론 때문에 행정부의 결단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 역할을 사법부가 해준 것”이라고 반겼다.
◆“승인해주면 해외서 활동”
“여기까지 오는 데 정확히 11년 걸렸습니다.” 이날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황 박사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깊은 감회가 섞여 있었다. 그는 “등록 반려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은 사법부가 NT-1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면서 “후속되는 여러 가지 과정(줄기세포주 등록, 특허 등록 등)에서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황 박사는 “내가 직접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 하지만 1·2·3심 모두 동일한 견해가 나왔다. 정부가 과거에 매달리지 말고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검토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등록 재신청은 언제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 입장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드렸고 정부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박사는 “하지만 수년 전부터 모든 시설과 인력은 완비돼 있다”며 “정부가 긍정적으로 판단해준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신청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또 “만약 허가를 해주면 이미 주요 5개국과 국제공동연구체제가 갖춰져 있는 만큼 서둘러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착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여러 가지 제한된 여건과 부정적 여론이 상존해 있는 만큼 다국적 연구팀과 해외에서 연구하는 것이 홀가분하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줄기세포를 수립하고 초기 분화하는 과정까지만 연구할 것이다. 그 이후 특정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연구는 의학자들이 임상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준혁/조미현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