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학력으로 고교 선생님 된 '자격증 왕'
“저는 김진국이라고 합니다. 혹시 합격자 명단에 있는지요?” “예, 수석합격하셨습니다.”

창원기계공업고 특수산업설비과 교사인 김진국 씨(44·사진)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전화통화 내용이다. 15년 전 어느날의 이 통화는 중등교원 임용시험 합격 문의 전화였다. 김씨는 당시 합격을 자신하지 못했다. 1999년 27세에 최연소 차량기술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기술과 실력은 자신 있었으나 최종 학력이 고졸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 최다 기능장 자격 보유자로 자동차 기계가공 금속재료 주조 용접 등 8개 기능장 자격을 갖고 있다. 기술사 기사 기능사 자격증에 합기도 4단, 레크리에이션지도자 자격증까지 합하면 30여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현장에서 기능사 자격증은 고졸 수준, 기사는 학사학위, 기술사는 박사학위 보유자 대우를 받는다.

경남 김해 출신인 김씨는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이 아닌 산업현장을 택했다. 또래 친구들이 별 생각 없이 대학에 진학할 때 학력보다 능력으로 인생의 승부를 걸겠다고 결심했다. 다짐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새벽 신문배달을 한 부지런함으로 27세에 최연소 차량기술사가 됐고, 2000년 3월 꿈에 그리던 교사가 됐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그의 학구열은 식지 않았다. 첫 임지였던 창녕제일고에서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자동차과를 맡아 문제가 없었지만, 3년마다 전근을 다니면서는 어떤 과목을 담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그가 불철주야 공부해 딴 기능장 자격증만 8개다. 유일한 약점이던 학력문제도 해결했다. 국가기술자격을 학점으로 인정받아 대학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김씨는 이 같은 자신의 경험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자격 취득자 수기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는 학력이 아닌 자격증으로 취업했고 직장에서 인정도 받고 있다”며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폴리텍대 같은 직업훈련기관에서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