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기부금' 확 줄어든 대학…이젠 '마이크로 펀딩'이 대세
‘마이크로 펀딩(소액 모금)’이 대학 기부금 모금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 회복세 둔화와 세법 개정 등으로 기업 및 단체,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고액 기부가 줄면서 대학의 기부금 모금 전략이 ‘티끌 모아 태산 만들기’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소액 모금에 나서면서 기부에 소극적이던 젊은 동문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은 연세대와 이화여대다. 이화여대는 졸업한 동문이 한 달에 최소 1만원을 기부할 수 있는 ‘선배라면’ 캠페인을 2010년 11월 시작했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5349명의 동문이 매달 최소 1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약정액은 22억7100만원이다. 이들이 낸 기부금은 출신 학과별로 집계돼 해당 전공 재학생들에게 지급된다. 지금까지 학생 1306명이 장학금 혜택을 누렸다.

연세대 상경·경영대 동창회는 2009년 12월부터 “하루에 1000원씩 한 달에 3만원을 기부하는 선배 30명이 있으면 재학생 한 명이 4년 동안 학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블루버터플라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828명의 동문이 48억원을 기부했다. 월 3만원 약정자가 77%로 가장 많다. 이제까지 재학생 138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연세대 백양로 지하에 주차장과 교육·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에도 소액 기부가 활용되고 있다. 50만원만 기부해도 지하 벽면에 명패를 걸어주기로 하면서 동문 1527명이 100만원 미만을 기부해 5억5700만원이 모였다. 지난 5월 열린 동문 재상봉행사에서는 졸업생 1만3300여명이 평균 10만원 정도를 내 12억원이 모였다.

고려대는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위해 1만원씩 모금하는 ‘후배사랑장학금’을 2007년 시작해 현재까지 2억원가량을 모았다.

소액기부 캠페인은 상대적으로 기부에 소극적이던 젊은 동문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화여대 ‘선배라면’에 참여한 기부자 중엔 30대 비율이 40.1%로 가장 높았다. 월 1만원이면 부담이 없어 사회 초년생인 젊은 동문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세대 블루버터플라이 참가자 중에서도 20·30대인 2000년대 학번이 15%를 차지했다.

성균관대는 재학생들이 기부할 수 있는 ‘기브 투 체인지’를 시행 중이다. 하루 100~500원씩 3개월에서 12개월까지 기부할 수 있어 큰 부담이 없다. 지난 22일까지 227명의 재학생이 참여해 832만원을 모았다. 성균관대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입생 2명에게 장학금 200만원씩을 지급했다.

숙명여대는 모바일에 친숙한 젊은 층을 겨냥해 재학생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스마트숙명’에 소액기부 기능을 추가했다. 앱에서 ‘날빛장학금’ 코너로 들어가면 휴대폰 소액결제로 손쉽게 기부금을 낼 수 있다. 지난해 말 시작해 1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들의 소액기부 활성화 움직임은 세법 개정 등으로 고액 기부자가 감소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경기 둔화에 따라 사립대 기부금 총액은 2009년 5419억원에서 2013년 3792억원으로 줄었다. 2014년부터는 기부금의 최대 38%이던 공제율을 15%로 낮춘 개정 세법이 시행됐다. 이화여대는 1000만원 이상 기부액이 2013년 297억원에서 지난해 102억원으로 급감했다.

왕혜정 이화여대 대외협력팀장은 “대학들은 소액기부자 확보로 기부의 저변을 넓힌다는 계획”이라며 “소액이라도 새롭게 기부에 동참할 동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윤희은/박상용 기자 looky@hankh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