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이왈종 화백의 ‘제주 생활의 중도’.
오는 8월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이왈종 화백의 ‘제주 생활의 중도’.
지난 26일 증시에서 서울옥션의 주가는 1만9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6월 2900원이었던 주가는 1년 만에 6배 이상 뛰어올랐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낙찰률 80%대를 유지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서울옥션, K옥션이 올 상반기 10여차례 연 경매에는 작년(268억원)보다 90% 이상 늘어난 529억원의 ‘뭉칫돈’이 유입됐다. 1970년대 한국의 대표적 미술 사조인 단색화 가격은 최근 1~2년 사이에 10배 이상 급등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라앉은 화랑가 분위기도 경매시장 열기에 힘입어 점차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경매시장 활황의 여파가 화랑가로 번지면서 하반기 미술시장은 경매회사와 화랑의 ‘상생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왈종·프랭크 스텔라 등 출동

권옥연·이왈종·하종현·아이웨이웨이…중량급 화가 50여명 줄줄이 '출사표'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그동안 전시를 미뤘던 외국 유명 작가와 국내 중진·원로·작고 작가들의 작품전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중국 인기작가 아이웨이웨이, 트레이시 에민, 프랭크 스텔라 등 외국 작가들이 국내 전시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권옥연 서세옥 이왈종 문학진 하종현 이불 지석철 김병종 오용길 이용백 등 중량급 작가 50여명도 개인전 준비에 한창이다. 오랜 침묵을 깬 이들의 움직임이 침체한 화랑 경기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국내 최대 화랑인 현대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중견·원로 작가 중심의 기획전을 구상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하는 서양화가 도윤희 씨가 ‘밤의 꽃’을 주제로 7월12일까지 하반기 첫 전시회를 펼친다. 이어 8월에는 이왈종 화백을 초대해 관람객 1만명을 목표로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 대작과 소품 60여점을 내보일 예정이다. 9월에는 중국 인기작가 아이웨이웨이의 개인전을 연다.

국제갤러리는 하반기에도 해외 작가들의 작품과 단색화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보고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7월), 하종현(10월), 트레이시 에민(11월)으로 승부를 걸 방침이다. 학고재 갤러리 역시 신진 작가보다는 인기 작가들의 기획전에 역점을 두고 전시 계획을 짜고 있다. 평생 백색 화면만을 추구해온 단색화가 이동엽 개인전(7월)을 시작으로 추사 김정희 서화전(9월), 이용백 개인전(11월)을 차례로 열 예정이다.

노화랑은 조각가 고정수의 개인전(9월)을 비롯해 지석철 개인전(10월), 박서보 하종현 김태호 등이 참여하는 단색화 6인전(11월), ‘문기 있는 그림전’(12월) 등을 준비 중이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추상화 전시회(8월)와 권옥연 유작전(12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아트사이드갤러리는 9월 한국화가 김병종 씨의 전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저평가된 화가 작품에 매기

불황을 겪어온 지난 8년간 화랑가에는 중량급 작가들의 개인전이 자취를 감추다시피 하고 실험성이 강한 30~40대 작가들의 작품전이 홍수를 이뤘다. 소장가들이 가격대가 높은 이들의 작품보다 예술성이 뛰어나면서도 저렴한 젊은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경매시장이 회복되면서 컬렉터들이 ‘몸’을 풀고 있는 데다 이들의 작품값도 어느 정도 조정받았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경매와 화랑을 중심으로 저평가된 중량급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찬규 학고재 갤러리 대표는 “그동안 미술시장이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등 단색화에 편중됐으나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이왈종 이용백 등 유명 작가를 중심으로 컬렉터의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미술품은 투자뿐만 아니라 보고 즐길 수 있는 심미적 기능이 있으며 안전한 실물 자산”이라며 “환금성이 비교적 좋은 인기 작가 작품에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랑·경매현장 들러 '안목' 길러야…유명화가 드로잉 관심 가져볼 만

미술품 컬렉션 요령

미술품 투자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아는 만큼 남는다’는 것이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긴 안목을 갖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컬렉션과 투자를 할 수 있다. 많은 전시를 시간 나는 대로 둘러보고 경매 현장이나 화랑에 자주 들러 시장 정보를 익히는 것이 좋다.

미술품을 처음 접하는 경우 유화에 관심을 갖고 덤비지만, 가격이 비싸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유명 작가의 드로잉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국내에서도 대중을 위한 중저가 미술품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술품은 비싸다는 인식을 깨는 여러 행사를 찾아 작품을 사보면 좋은 경험이 된다. 미술품을 보는 안목만 있다면 미래의 박수근 이중섭이 될 작가의 작품을 미리 구입해 놓을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발품을 판다면 언젠가는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긴다.

미술품 구입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작품의 진위다. 작품값이 몇백만원을 넘는 경우 미술품 감정서를 반드시 요구해야 한다. 팔 때도 마찬가지로 이 감정서를 첨부해야만 공신력을 갖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