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서른아홉 삼성테크윈의 장례식…'한화테크윈' 출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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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140여명 연행 끝 한화테크윈 가결
삼성 서초본관 앞 삼성테크윈 장례식
마지막 신입사원 '삼성 뱃지' 수여 눈물
"젊음 바쳐 사랑한 테크윈 행복했다" 추도
삼성 서초본관 앞 삼성테크윈 장례식
마지막 신입사원 '삼성 뱃지' 수여 눈물
"젊음 바쳐 사랑한 테크윈 행복했다" 추도
[ 김민성 기자 ] 29일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본관 앞. 30도가 넘는 여름볕에 달궈진 시멘트 바닥에 앉은 400여명의 삼성테크윈 노동조합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장례 제단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단이라고 해봐야 횟집에서나 쓸법한 나지막한 식탁 여러 개를 잇고, 흰 종이를 덧씌워 만든 단상이었다. 위로 삼성테크윈 사명과 마크(CI)가 박힌 사진이 검은 띠를 좌우로 두른 채 영정사진마냥 서 있었다.
8개 조화가 병풍처럼 서 궁색함은 조금이나마 덜했다. 망자의 명복을 비는 한자 근조(謹弔)와 함께 다른 쪽 띠에는 다양한 글이 씌여있었다. "우리의 청춘과 함께 했다, 행복했다", "가족 빼고 바꾸랬지, 가족까지 바꾸랬냐" 등이 눈에 띄었다.
이어 앳된 얼굴의 직원 11명이 단상에 올랐다. 무대 한켠에 서있던 한 노조 간부가 이들을 "마지막 삼성테크윈 신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올초 입사한 뒤 3개월 수습생활을 갓 마치고 정식 사원이 된 55기 신입들이었다.
노조 간부는 이들 한명한명 가슴에 삼성그룹 직원의 상징인 '삼성 뱃지'를 손수 달아줬다. "어려운 시기에 선배들을 대표해 사과하고 미안하다. 여러분은 자랑스런 삼성테크윈의 가족이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뱃지를 단 신입사원들도 덩달아 눈물을 닦았다. 55기 이종민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오게 될지 몰랐다. 저희에게 미안한 마음 안 가지셔도 된다"고 씩씩하게 인사했다.
순간 상복을 입은 한 남성이 무대로 올라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현재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테크윈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꾸는 1번 안건이 가결됐다고 합니다."
신입사원 답사의 여운은 순간 정적으로 바뀌었다. 소식을 전했던 이는 이내 무대 구석으로 내려가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떨군 조합원들이 하나 둘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참담한 표정들이었다.
구석에서 우는 이를 달래던 한 노조 간부가 느린 발걸음으로 무대 위로 돌아왔다. "울지 마시라, 그저 삼성테크윈이 가는 길을 함께 가겠다"라는 말과 함께 박창욱 노조 대의원이 추모사를 시작했다.
박씨는 "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설립된 삼성테크윈은 1987년 삼성항공으로 바뀌었고, 2000년 지금의 이름을 달았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삼성테크윈과 고별한다"고 담담하게 읊조렸다.
이어 "사람으로 치면 서른 아홉, 여기 비슷한 나이 또래도 많을 텐데 젊은 가장의 나이쯤이 됐다" "인생을 절반 정도는 살아본 나이, 이제 웃으며 여기를 떠나자"고 당부했다.
다만 하나는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테크윈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묻어서 이젠 그 누구도 마음대로 팔 수 없게 만들자"며 "앞으로 우리 모두 힘들 때 오늘을 기억하고, 우리 젊음을 바쳐 사랑한 삼성테크윈에게 행복했다고 말하자"고 부탁했다. 추도사를 끝낸 박씨는 일동 묵념을 제안했다. 400여명의 노조원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집회와 경찰 통제, 행인들로 소란스러웠던 강남역 일대는 순간 침묵에 빠졌다. 묵념곡은 한번 더 재생됐다. 5분여 길었던 묵념에도 누구 하나 고개를 수이 들지 못했다.
묵념이 끝나자마자 상복을 입은 조합원이 무대로 다시 올라왔다. 일전에 한화테크윈 주총 가결 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터뜨렸던 그 조합원이었다. 그는 "주주총회장이 노조원 반대로 소란스러워져 정회됐다고 한다. 한화테크윈 사명 변경 안건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고 다시 확인했다.
묵념을 마쳤던 노조원들은 다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울다가 웃고, 다시 눈물짓는 여느 장례식장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무심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나 점심 식당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다른 삼성 계열사 직원의 모습들은 뭔가 씁쓸하고, 쓸쓸하게 다가왔다.
같은 시간 삼성테크윈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는 매각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인 삼성테크윈 노조원 14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삼성테크윈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변경하는 안건의 상정을 막기 위해 주총 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했다. 노조원과 일부 소액 주주들이 주총 의장단 입장을 막자 공권력이 투입됐다. 주총 의장석도 일부 조합원이 점거하려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 장례식은 미리 치뤄졌다. 삼성생명 서초사옥 앞에서 장례식을 치른 노조원도 모두 해산했다. 다만 성남 상공회의소에서는 경찰 14개 기동중대 병력 1000여명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삼성테크윈 사측은 이날 두 차례 정회 끝에 오후 5시께 다시 제 39기 임시 주총을 열고,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변경하는 1번 안건을 최종 가결 처리했다. 함께 한화의 기존 방산부문 경영자인 신현우 부사장을 합병 한화테크윈 사내이사로, 최영우 에스제이엠홀딩스 감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 역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로써 2015년 6월 29일, 서른 아홉살 삼성테크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통합 한화테크윈은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이른바 방산화학 4사를 한화로 매각하는 빅딜을 발표한지 7개월만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제단이라고 해봐야 횟집에서나 쓸법한 나지막한 식탁 여러 개를 잇고, 흰 종이를 덧씌워 만든 단상이었다. 위로 삼성테크윈 사명과 마크(CI)가 박힌 사진이 검은 띠를 좌우로 두른 채 영정사진마냥 서 있었다.
8개 조화가 병풍처럼 서 궁색함은 조금이나마 덜했다. 망자의 명복을 비는 한자 근조(謹弔)와 함께 다른 쪽 띠에는 다양한 글이 씌여있었다. "우리의 청춘과 함께 했다, 행복했다", "가족 빼고 바꾸랬지, 가족까지 바꾸랬냐" 등이 눈에 띄었다.
이어 앳된 얼굴의 직원 11명이 단상에 올랐다. 무대 한켠에 서있던 한 노조 간부가 이들을 "마지막 삼성테크윈 신입사원"이라고 소개했다. 올초 입사한 뒤 3개월 수습생활을 갓 마치고 정식 사원이 된 55기 신입들이었다.
노조 간부는 이들 한명한명 가슴에 삼성그룹 직원의 상징인 '삼성 뱃지'를 손수 달아줬다. "어려운 시기에 선배들을 대표해 사과하고 미안하다. 여러분은 자랑스런 삼성테크윈의 가족이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뱃지를 단 신입사원들도 덩달아 눈물을 닦았다. 55기 이종민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날이 오게 될지 몰랐다. 저희에게 미안한 마음 안 가지셔도 된다"고 씩씩하게 인사했다.
순간 상복을 입은 한 남성이 무대로 올라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건네 받았다. "현재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테크윈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바꾸는 1번 안건이 가결됐다고 합니다."
신입사원 답사의 여운은 순간 정적으로 바뀌었다. 소식을 전했던 이는 이내 무대 구석으로 내려가 울음을 터뜨렸다. 고개를 떨군 조합원들이 하나 둘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참담한 표정들이었다.
구석에서 우는 이를 달래던 한 노조 간부가 느린 발걸음으로 무대 위로 돌아왔다. "울지 마시라, 그저 삼성테크윈이 가는 길을 함께 가겠다"라는 말과 함께 박창욱 노조 대의원이 추모사를 시작했다.
박씨는 "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설립된 삼성테크윈은 1987년 삼성항공으로 바뀌었고, 2000년 지금의 이름을 달았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삼성테크윈과 고별한다"고 담담하게 읊조렸다.
이어 "사람으로 치면 서른 아홉, 여기 비슷한 나이 또래도 많을 텐데 젊은 가장의 나이쯤이 됐다" "인생을 절반 정도는 살아본 나이, 이제 웃으며 여기를 떠나자"고 당부했다.
다만 하나는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테크윈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묻어서 이젠 그 누구도 마음대로 팔 수 없게 만들자"며 "앞으로 우리 모두 힘들 때 오늘을 기억하고, 우리 젊음을 바쳐 사랑한 삼성테크윈에게 행복했다고 말하자"고 부탁했다. 추도사를 끝낸 박씨는 일동 묵념을 제안했다. 400여명의 노조원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집회와 경찰 통제, 행인들로 소란스러웠던 강남역 일대는 순간 침묵에 빠졌다. 묵념곡은 한번 더 재생됐다. 5분여 길었던 묵념에도 누구 하나 고개를 수이 들지 못했다.
묵념이 끝나자마자 상복을 입은 조합원이 무대로 다시 올라왔다. 일전에 한화테크윈 주총 가결 소식을 전하며 눈물을 터뜨렸던 그 조합원이었다. 그는 "주주총회장이 노조원 반대로 소란스러워져 정회됐다고 한다. 한화테크윈 사명 변경 안건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고 다시 확인했다.
묵념을 마쳤던 노조원들은 다시 웃으며 박수를 쳤다. 울다가 웃고, 다시 눈물짓는 여느 장례식장 풍경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무심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나 점심 식당으로 발길을 재촉하던 다른 삼성 계열사 직원의 모습들은 뭔가 씁쓸하고, 쓸쓸하게 다가왔다.
같은 시간 삼성테크윈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는 매각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인 삼성테크윈 노조원 14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이날 새벽 5시부터 삼성테크윈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변경하는 안건의 상정을 막기 위해 주총 회의장 출입문을 봉쇄했다. 노조원과 일부 소액 주주들이 주총 의장단 입장을 막자 공권력이 투입됐다. 주총 의장석도 일부 조합원이 점거하려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 장례식은 미리 치뤄졌다. 삼성생명 서초사옥 앞에서 장례식을 치른 노조원도 모두 해산했다. 다만 성남 상공회의소에서는 경찰 14개 기동중대 병력 1000여명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했다.
삼성테크윈 사측은 이날 두 차례 정회 끝에 오후 5시께 다시 제 39기 임시 주총을 열고, 사명을 한화테크윈으로 변경하는 1번 안건을 최종 가결 처리했다. 함께 한화의 기존 방산부문 경영자인 신현우 부사장을 합병 한화테크윈 사내이사로, 최영우 에스제이엠홀딩스 감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 역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로써 2015년 6월 29일, 서른 아홉살 삼성테크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통합 한화테크윈은 출범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 등 이른바 방산화학 4사를 한화로 매각하는 빅딜을 발표한지 7개월만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