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명견만리, 시청자와 통한 비결은 '대화와 공감'
KBS 1TV ‘명견만리’(연출 정현모·강윤기)는 매주 한 명의 유명 인사가 출연해 각종 미래 이슈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대중 강연 형식으로 청중에게 전달해 공감을 얻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가수 서태지,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 소설가 성석제 등이 강연자로 나서 7%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웬만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18, 19일에 방송한 ‘700만 베이비부머, 기로에 서다’와 ‘치매사회 생존법’ 편은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핵심 과제로 떠오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 문제와 노인의 치매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해 호평받았다.

‘700만 베이비부머, 기로에 서다’는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있는 이 시대에 전체 자산의 80%가 부동산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후 삶의 문제를 앞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스페인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보여줬다. 스페인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5만유로의 아파트가 5만~6만유로로 급락하면서 사람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진행자로 나선 소설가 성석제 씨와 300여명의 방청객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 문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참여자는 더 이상 집을 살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말해 젊은 층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국 베이비붐 세대는 70세까지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치매사회 생존법’에서는 홍창형 아주대 교수가 치매환자를 찾아가 일상의 고충을 들려주면서 치매 인구에 대한 새로운 대처 방안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노인복지의 천국’으로 불리던 일본도 최근 치매인구가 크게 늘면서 국가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함을 일깨웠다.

지난 3월 방송된 ‘두려운 미래, 중국 주링허우 세대’ 편은 큰 반향을 불러왔다. 199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로 중국 인구의 1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링허우 세대의 가장 큰 관심 분야는 창업이라고 한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고 말하는 그들은 졸업 후 대기업에 취직해 월급쟁이로 살고 싶어하는 한국 젊은이들과는 달랐다. 양국 젊은이들이 이끄는 미래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시청자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처럼 다양한 이슈를 들춰내며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주변 국가의 상황을 비교해 제시함으로써 우리들의 문제를 한층 냉철하게 보도록 이끌었다.

수준 높은 방청객은 문제점을 더 절실하게 보도록 했다. 방청객은 그저 자리를 메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그들은 손을 들어 진행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답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미래참여단’으로 불린다. 미래참여단은 프로그램에 대한 제언도 서슴지 않는다. 때때로 ‘정모(정기모임)’도 가질 만큼 우애가 돈독하다.

정현모 PD는 “미래참여단이야말로 ‘명견만리’를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시켜주는 결정적 요소”라며 “미래참여단은 동원된 청중이 아닌 각자 주체적 의견을 가진, 살아 있는 청중으로서 제작진이 던진 화두를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여 ‘시민적 담론’을 만들어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작진은 이를 통해 주요 이슈를 건강한 방식으로 공론화할 수 있으며 이른바 ‘쌍방향’ 소통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견만리’의 성공은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에 바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이다. 미래를 조망하는 눈을 달라는 뜻이고, 직접 참여해 발언할 기회도 달라는 의미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