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내면세점 선정, 도시관광 중흥 계기 삼아야
새 면세점 선정일(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관세청이 15년 만에 시내면세점을 인가해주기로 하면서 유통업계는 사업권 획득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예전에도 여러 차례 시내면세점 추가 특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관세청은 일정 기준 외국인 방문객 수와 매출을 충족해야 하는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이유로 추가 특허를 미뤄왔다. 그러는 가운데 기존 사업자가 혜택을 누려온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시내면세점 추가 허가를 내주지 않을 명분이 사라졌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20만명, 외국인 여행수입은 181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만 600여만명이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요우커의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2012년 150만원이던 요우커 1인당 소비액은 지난해 300만원으로 두 배로 치솟았다. 이들이 살거리 볼거리 할거리를 개발함으로써 재방문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반면 한국 관광산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류 덕분에 최근 수년 동안 관광객이 늘었지만 최근 엔저(低),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주변국으로 이탈 중이다. 발길을 돌린 손님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점 추가 선정은 ‘관광산업 중흥’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해 추진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하나다.

관광은 크게 휴양, 역사, 도시관광으로 나뉜다. 발리·푸껫 등은 휴양관광, 그리스·로마 등은 역사관광, 서울·도쿄·뉴욕 등은 도시관광에 해당한다. 도시관광의 핵심은 살거리, 볼거리, 할거리 등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일이다. 살거리는 면세점 대형쇼핑몰, 볼거리는 문화와 스포츠, 할거리는 의료관광 국제회의 등을 핵심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면세점에서 쇼핑하고, 한류 등 문화를 즐기고, 성형 등 의료관광을 연계한 다양한 관광상품으로 도시관광 중흥시대를 열어야 한다. 저렴한 도심형 비즈니스호텔, 맛깔스런 음식문화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면세점 이용객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 정도의 교통대책이 마련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후보 기업들은 관광객 유치, 지역상권 활성화 등의 장밋빛 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사업권 획득을 위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잇따르는 제안들이 진정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일단 특허권을 따고 보자는 차원의 구호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후보 기업들이 지금까지 상생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점검하는 것이 검증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세청은 후보 기업들이 내놓은 사업방안의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도시관광에 중요한 관광생태계와 잘 부합하는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면세사업을 영위하며 관광산업 중흥에 기여할 역량이 있는지도 검토 대상이다.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에는 한 치의 불편부당함도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을 기대해본다. 추가 시내면세점 선정은 한국 관광산업에 새 바람과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경연 초빙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