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미만 중저가 그림, '스마트폰 쇼핑' 전성시대…시장도 5년새 5배 급성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 덩치 커지는 '미술품 온라인 경매'
직장인·주부·학생 등 '개미 투자자' 年 150억원대 거래
서울옥션·K옥션 잇단 경매 행사…미술 대중화 이끌어
직장인·주부·학생 등 '개미 투자자' 年 150억원대 거래
서울옥션·K옥션 잇단 경매 행사…미술 대중화 이끌어
기업을 운영하는 미술 애호가 50대 김모 씨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서울옥션과 K옥션 등 미술품 경매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그림을 서핑하고 직접 응찰하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24시간 응찰할 수 있는 데다 잘만 고르면 소액으로 ‘월척’을 낚을 수 있어서다. 지난달 17일 마감한 K옥션의 온라인 경매에서는 스웨덴의 실용주의 디자이너 브루노 맛손의 작품 ‘마리아 플랫 익스텐딩 테이블’을 207번의 경합 끝에 497만원에 낙찰받았다.
점당 1000만원대 미만의 중저가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 A옥션 등 6개 미술품 경매회사가 42회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 90억9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3억6700만원어치를 판매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온라인 거래 규모는 12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0년(26억원)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미술계는 온라인 경매시장 규모를 100억원 안쪽으로 집계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그림까지 포함할 경우 1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지난해 전체 경매시장 규모(970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률에서는 온라인 경매가 월등하다. ◆미술품 800점 한꺼번에 경매
경매회사들은 미술품이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8월 그동안 진행해온 온라인 경매 이름을 ‘이비드 나우(eBid Now)’로 바꾸고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올 들어 여섯 차례 온라인 경매를 실시해 17억원의 매출을 올린 서울옥션은 오는 16일까지 ‘에로스’를 주제로 국내 온라인 경매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른다. 800점에 달하는 출품작의 추정가액이 10억원을 넘는다. 온라인 경매에는 중저가 작품이 주로 출품되지만 이번에는 조선시대 청화백자(9000만~1억5000만원)와 박수근의 누드화(1000만~2000만원)를 비롯해 1000만원 이상의 작품도 20여점 나왔다.
K옥션(이상규 대표)도 온라인 경매 횟수와 작품 규모를 늘리고 있다. K옥션은 올 들어 다섯 차례의 온라인 경매를 실시해 23억원을 끌어들였다. 지난달 17일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 199점 가운데 180점이 판매돼 자체 온라인 경매로는 가장 높은 90.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18~28일에는 온라인 경매의 새 이름을 ‘프리미엄 온라인’으로 정하고 1000만원 이상 중고가 작품 300여점을 경매할 예정이다. 코모옥션을 비롯해 A옥션, 옥션단, 아트데이 등 군소 경매회사도 경매 횟수를 늘리고, 품목을 기존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 디자인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작품 시장성, 완성도 꼭 살펴봐야
온라인 경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최근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주부 등이 중저가 작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 겸 대표이사는 “아무래도 온라인 경매에선 오프라인 경매보다 미술시장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이 덜하다”며 “최근에는 모바일로 모든 게 가능해지면서 거리와 시간 제약이 없다 보니 온라인 경매가 확대일로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회사들의 무분별한 온라인 경매는 침체에 빠져 있는 화랑 경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낼 경우 300여개에 달하는 화랑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화랑과 경매회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품 판매가도 10만~1000만원대가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미술 투자라기보다 집안 ‘인테리어 그림’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투자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작가의 화력과 경륜, 앞으로의 시장성, 작품의 완성도, 환금성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구입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세계 미술시장 트렌드도 '온라인'…작년 3조원어치 거래
국제 미술시장에서 매년 온라인 거래액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보험회사 히스콕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거래된 미술작품 총액은 26억4000만달러(2조8578억원). 2013년의 15억7000만달러에 비해 68%가량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84%가 1만50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작품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매시장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작년 초부터 온라인 경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소더비는 미국 온라인 경매사 이베이와 손잡고 지난해 가을부터 뉴욕 경매의 대부분을 이베이 웹사이트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총매출(약 9조원)의 27%를 온라인을 통해 벌어들였다. 이와 함께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파인 아트 앳 아마존(Fine Art at Amazon)’이란 이름을 내걸고 미술품 판매에 뛰어들어 온라인 경매시장 붐을 조성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점당 1000만원대 미만의 중저가 미술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직장인, 주부, 학생 등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 A옥션 등 6개 미술품 경매회사가 42회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 90억9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3억6700만원어치를 판매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온라인 거래 규모는 12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0년(26억원)보다 다섯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미술계는 온라인 경매시장 규모를 100억원 안쪽으로 집계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각종 그림까지 포함할 경우 15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지난해 전체 경매시장 규모(970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15%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률에서는 온라인 경매가 월등하다. ◆미술품 800점 한꺼번에 경매
경매회사들은 미술품이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온라인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8월 그동안 진행해온 온라인 경매 이름을 ‘이비드 나우(eBid Now)’로 바꾸고 시장 선점에 들어갔다. 올 들어 여섯 차례 온라인 경매를 실시해 17억원의 매출을 올린 서울옥션은 오는 16일까지 ‘에로스’를 주제로 국내 온라인 경매 사상 최대 규모의 행사를 치른다. 800점에 달하는 출품작의 추정가액이 10억원을 넘는다. 온라인 경매에는 중저가 작품이 주로 출품되지만 이번에는 조선시대 청화백자(9000만~1억5000만원)와 박수근의 누드화(1000만~2000만원)를 비롯해 1000만원 이상의 작품도 20여점 나왔다.
K옥션(이상규 대표)도 온라인 경매 횟수와 작품 규모를 늘리고 있다. K옥션은 올 들어 다섯 차례의 온라인 경매를 실시해 23억원을 끌어들였다. 지난달 17일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 199점 가운데 180점이 판매돼 자체 온라인 경매로는 가장 높은 90.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18~28일에는 온라인 경매의 새 이름을 ‘프리미엄 온라인’으로 정하고 1000만원 이상 중고가 작품 300여점을 경매할 예정이다. 코모옥션을 비롯해 A옥션, 옥션단, 아트데이 등 군소 경매회사도 경매 횟수를 늘리고, 품목을 기존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 디자인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작품 시장성, 완성도 꼭 살펴봐야
온라인 경매가 활기를 띠는 것은 최근 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주부 등이 중저가 작품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아도 미술품을 살 수 있는 것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 겸 대표이사는 “아무래도 온라인 경매에선 오프라인 경매보다 미술시장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이 덜하다”며 “최근에는 모바일로 모든 게 가능해지면서 거리와 시간 제약이 없다 보니 온라인 경매가 확대일로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매회사들의 무분별한 온라인 경매는 침체에 빠져 있는 화랑 경기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낼 경우 300여개에 달하는 화랑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화랑과 경매회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품 판매가도 10만~1000만원대가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어 미술 투자라기보다 집안 ‘인테리어 그림’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투자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작가의 화력과 경륜, 앞으로의 시장성, 작품의 완성도, 환금성 등을 꼼꼼히 살펴본 뒤 구입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세계 미술시장 트렌드도 '온라인'…작년 3조원어치 거래
국제 미술시장에서 매년 온라인 거래액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보험회사 히스콕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을 통해 거래된 미술작품 총액은 26억4000만달러(2조8578억원). 2013년의 15억7000만달러에 비해 68%가량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시장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84%가 1만50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작품으로 분석됐다.
세계 경매시장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작년 초부터 온라인 경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소더비는 미국 온라인 경매사 이베이와 손잡고 지난해 가을부터 뉴욕 경매의 대부분을 이베이 웹사이트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총매출(약 9조원)의 27%를 온라인을 통해 벌어들였다. 이와 함께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파인 아트 앳 아마존(Fine Art at Amazon)’이란 이름을 내걸고 미술품 판매에 뛰어들어 온라인 경매시장 붐을 조성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