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저가 매수에 나선 외국인투자자 덕에 하락세는 일단 멈췄지만 2분기 실적 부진에 ‘U자형’ 반등의 출발점이 아니라 ‘L자형’ 지지부진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 신차 효과, 가격정책 변화 등이 주가의 반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봤다.
현대차그룹 3사 'U턴' 언제 할까
◆저가 매수 나서는 외국인

13일 현대차는 전날보다 1.21% 상승한 12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일 이후 8거래일 만의 상승이다. 기아자동차도 모처럼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는 0.49% 오른 4만1000원으로 가까스로 4만원 선을 지켰다. 반면 현대모비스(19만4000원)는 3거래일 연속 떨어지며 신저가를 다시 썼다.

현대차 주가는 올 들어 25.74% 떨어졌다. 지난 10일엔 최근 1년 신저가(12만400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21.61%, 현대모비스는 17.8% 뒷걸음질쳤다.

이들 3사가 신저가를 전전함에도 최근 외국인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저가매수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현대차를 1515억원어치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달 47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올해 예상실적 기준 현대차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다. 시가총액이 회사가 보유한 자산 가격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날 외국인은 기아차(84억원)와 현대모비스(42억원)도 사들였다. 2분기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적까지 이미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14.59% 하락한 1조7827억원이다. 기아차(6598억원)와 현대모비스(7455억원)도 각각 14.28% 2.78% 줄어들 전망이다.

◆신차 효과, 얼마나 먹힐까

3사의 주가 반등은 실적 개선세가 확인된 뒤에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긍정적인 변수로 환율을 꼽는다. 이정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루블화 등의 약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원·달러 및 원·위안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6~7% 상승했다”며 “이런 추세가 출고 부진을 일부 만회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선보일 신차를 앞세워 미국, 중국 시장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지난 5월과 6월 현대·기아차의 월간 판매 대수가 예상치를 밑돈 것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7월 들어 신저가를 전전했기 때문이다. 이달 이후 나올 신모델은 K5와 LF쏘나타 디젤, 신형 아반떼, 스포티지 등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신모델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기대치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신차 효과를 아예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익성과 점유율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격정책 변화에 적극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물론 부품사들의 실적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은 유연한 가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동률 하락을 막고 부품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