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3대에 걸쳐 실적 부풀리기…도시바 1700억엔 회계부정 '일파만파'
“당신 뭐 했어? 목표는 고사하고 작년만큼도 안 된다고?”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결산을 3개월가량 앞둔 2011년 초 경영회의에서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은 사회인프라담당 임원에게 호통을 쳤다. 그는 “머리를 쓰란 말이야. 결산 때까지 무조건 채워놓으세요”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회계조작을 해서라도 맞추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도시바의 회계부정을 조사 중인 제3자위원회에 털어놨다.(일본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

도시바 회계부정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3일 도시바가 과거 부적절 회계처리가 의심된다며 사내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할 때만 해도 단순한 회계처리 해석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돌연 2014회계연도 실적 발표를 연기하고 2009~2013회계연도 5년간 사회인프라 공사와 관련한 부적절한 회계처리로 500억엔(약 46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부풀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점점 커졌다. 곧장 변호사 출신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제3자위원회가 출범했고, 제3자위원회는 회계부정이 인프라부문 외에 TV 반도체 PC 등 전방위에 걸쳐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5년간 영업이익의 과대계상 규모가 1700억엔(약 1조5732억원) 이상에 이른다고 14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2013회계연도 매출 6조5000억엔, 영업이익 2900억엔을 달성했다는 도시바의 회계부정 방식은 분식회계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은 부실 중소기업과 큰 차이가 없었다. 차세대 전력기, 고속도로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 설치 등 인프라 공사에서 수주 시점보다 비용이 불어났지만 늘어난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을 처리하지 않았으며, PC 제조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고 다시 받아오는 과정에서의 부품가격 변동도 제대로 계상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도시바의 회계부정이 다나카 히사오 현 사장과 사사키 전 사장뿐 아니라 2대 앞의 니시다 아쓰토시 전 사장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도했다. 회계부정의 배경은 도시바 내 고착화된 이익 지상주의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장들이 경쟁 업체인 히타치의 실적 개선을 의식해 실적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거론된다. 16명 이사 중 사외이사는 전직 외교관과 대학교수 등 4명인데 그마저도 ‘무늬만 사외이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감사위원회 등에 의한 내부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제3자위원회는 이달 중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선 총 16명의 이사 중 사사키 전 사장과 다나카 사장 등 절반 이상이 물러나고 전체 이사의 과반이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