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자동차·철강·건설플랜트 등 수출길 열려 특수 기대
이란 핵협상 타결로 한국과 이란의 교역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회의 땅’인 이란에 대한 수출 길이 열리면서 국내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이란발(發) 특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한국의 이란 수출액은 1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1% 늘었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완전히 풀리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10년만 해도 이란에 2만2734대의 완성차를 수출했다. 2011년에 1만1971대로 줄더니 2012년부터는 완성차 수출을 아예 중단했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對)이란 제재에 본격 동참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대차는 핵협상 타결로 끊겼던 수출길이 다시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수출 재개 검토를 시작했다. 기아차도 이란 내 자동차업체들과 제휴 관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아차는 1993년 이란의 양대 국영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사이파와 협약을 맺고 구형 프라이드를 수출했다.

기아차가 프라이드를 반조립제품(CKD)으로 수출하면 사이파가 현지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나심’이라는 현지명을 붙여 판매하는 형태였다. 두 회사는 2005년 합작 계약을 청산해 사이파가 독자적으로 프라이드를 생산하고 있다. 프라이드의 이란 내 점유율은 40%에 육박해 이란 내 기아차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이란은 경제 제재 직전인 2011년만 해도 연간 160만대의 완성차를 제조하는 세계 18위 자동차 생산국이었다. 경제 제재 이후 생산량이 급감해 2013년에는 75만대까지 줄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 수요가 늘고 있다.

철강업체도 이란 수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한국산 철강은 2009년까지 이란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0년부터 수출이 중단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란 제재가 완화되면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이넥스 기술을 이란에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가뭄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도 이란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란은 한국 정부가 2010년 7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중동의 4대 주요 수주시장이었다. 2010년 이후 신규 수주가 끊겼고, 대부분 건설회사가 현지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시장 전망이 밝아졌다. 이란 정부가 내년에 발주할 1600억달러(약 175조원) 규모의 각종 플랜트·인프라 공사 중 한국 건설업체들이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중동에서 한류 열풍이 어느 곳보다 강하게 불고 있는 곳이 이란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이란이 한국의 주요 교역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규모는 2011년만 해도 174억3000만달러에 달했으나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작년에는 87억4000만달러로 급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