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번 도전 끝에 직장 찾은 취업준비생의 '피말린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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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군분투 취업전쟁기 - "스펙보다 지원 업종 연구를"
"나 정도면 취업은 되겠지" 뛰어든 전쟁터
1라운드서 30전 전패…정신이 번쩍
'맷집' 키우며 준비…마지막에 웃었다
"나 정도면 취업은 되겠지" 뛰어든 전쟁터
1라운드서 30전 전패…정신이 번쩍
'맷집' 키우며 준비…마지막에 웃었다
취업 준비생들은 보통 몇 번 입사지원서를 작성할까. 아니 어느 정도 각오해야 ‘취업절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2013년 하반기 채용시즌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무려 132번 지원서를 낸 끝에 대기업그룹 계열사에 취업한 비(非)이공계 취업 준비생 정모씨(28).
지난 2월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입사지원서를 100번은 써야 합격통지서를 한 번 받을까 말까 하다”는 선배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흘려들었었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100번이나 입사지원서를 쓰나’ 싶었다.
‘그 선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설마…’ 하는 생각으로 4학년 2학기 때인 2013년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에는 말끔한 양복을 입고 출근길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상세 내용 jobnjoy.com 참조)
그해 삼성 등 내로라하는 기업 30여곳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성적표는 처참했다. 삼성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라는 1차 관문을 넘지 못해 면접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른 회사에 지원한 결과도 마찬가지.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떨어졌다. 이랜드리테일과 코오롱글로벌, 두 곳에서만 서류전형 합격 통보가 왔다.
‘코오롱글로벌도 좋은 회사’라는 주변의 평가와 해외 영업맨으로서 꿈을 제대로 펼쳐보겠다는 그 나름의 목표를 안고 면접을 준비했으나 임원 면접은커녕 1차 면접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다. 그나마 이랜드리테일은 코오롱글로벌과 날짜가 겹쳐 인적성시험장에 나가지도 못했다.
원서 100번? 남 얘긴 줄 알았는데…
‘광속 탈락’에 허탈·좌절감 극심
해외여행 다녀와 마음 다잡고 도전
토익·오픽 등 어학 기본 스펙 쌓고
자소서는 직무연관 이야기로 차별화
지원 업종에 ‘올인’…면접도 자신감
면접시험을 한 번 경험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구직전쟁, 취업절벽 같은 말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 흔한 자격증 한 장 없이, 심지어는 토익 점수도 없이 입사지원서를 냈으니 정신나간 회사가 아니면 누가 뽑아주겠는가. 그런 상태에서 각종 자격증을 따고 취업 동아리에 들어가 연일 그룹스터디를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겠다고 했으니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두 곳이나마 서류전형을 통과한 게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기본 스펙 갖추고 자기소개서 공들여 쓰기
한 시즌 취업전쟁을 치르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광속 탈락’ 뒤에 찾아온 허탈감, 좌절감, 세상에 대한 원망, 그런 것들로 머릿속이 뒤범벅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 집안 식구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친구들을 만나 서로 ‘낙방’한 이야기나 하며 세상을 향해 욕질을 해대는 것도 싫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었다. 해외여행이나 갔다 오자고 마음먹었다. 졸업학점은 다 따놓은 상태라 학교에는 나가지 않아도 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돌았다. 머릿속이 조금씩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취업에 필요한 기본 스펙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토익 시험을 치르고 오픽(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 공부도 했다. 토익 점수가 없다보니 원서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회사가 많았다. 그다지 훌륭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입사지원서의 빈칸은 채울 수 있었다.
2라운드 전적은 의외로 괜찮았다. 22곳에 지원서를 내 CJ제일제당 이랜드월드 삼양그룹 매일유업 SKC LF 등 8곳에서 서류전형 통과 연락을 받았다. 토익 점수와 오픽 등급을 추가한 것도 도움이 됐겠지만,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고 내 성격에 맞는 직무분야를 선택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2013년 하반기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나 자신의 강점이 뭔지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들어갔다. 학업 성취도, 동아리 활동, 해외여행, 인턴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영업이 적성에 맞고 영업을 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업직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인관계와 시장분석 능력, 이 두 가지가 영업직의 핵심 역량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결론에 기초해 자기소개서의 틀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에 성장 과정,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쓰도록 한다. 지원 동기를 적을 때 가능한 한 해당 회사에 대한 내용은 최소화했다. 대신 직무(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쓰려고 노력했다. 입사 후 포부도 마찬가지로 영업 직무에 맞춰 구체적으로 적었다. 때로는 해당 회사의 영업방식을 바꿔보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실례로 우유업체 A사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에서는 편의점에 대한 유제품 판매 확대 방안과 PC방 공략 전략을 제시했다. A사 판매전문가들이 볼 때 어린애 장난 같은 이야기로 보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해당 직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친구라는 평가는 받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자기소개서와 그에 기반한 면접전략이 먹혔는지 A사에 최종 합격했다.
신입사원 연수서 예기치 못한 장벽에 부딪혀
A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나 고대한 합격 통지였던가. 가족과 둘러앉아 축하파티를 하고, 친구들에게도 한턱 내고. 그런 뒤 남부럽지 않게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수 도중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혔다. 영업직도 영업직 나름인가. A사 영업사원에게는 차량 구입이 필수조건처럼 돼 있었다. 월급을 모아 2~3년 뒤 차를 사는 것이라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도저히 차를 살 수 없는 형편인데…. 방법이 없었다. 수십 번의 입사 지원 끝에 어렵게, 정말 어렵게 합격한 회사였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연수 도중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 아득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2014년 하반기 취업시즌에 많은 입사지원서를 썼다. 거의 하루에 한 회사꼴로 원서를 냈다. 농협, 유니클로, BGF리테일, KTIS 등 무려 35곳에 지원했다. 이 중 6곳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서류전형에서 평균 3~4배수를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3곳은 최종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인적성검사도 몇 번 치러보니 요령이 생겨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이름은 달라도 인적성시험은 비슷한 데가 많았다.
BGF리테일과 KTIS, 아워홈, 애경유화의 인적성 전형에 합격했다. 네 곳 모두 1차 면접까지 통과했다. BGF리테일의 1차 면접은 프레젠테이션과 롤플레잉, 토론면접으로 구성됐는데 직무 관련 이야기를 자신있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최종적으로 BGF리테일 영업관리 직무에 합격해 인턴(채용 전제형)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중국어를 공부한 뒤 해외 진출에 뜻이 생긴 터라, 해외영업을 위주로 하는 곳을 찾고 싶었다. 어렵게 합격했고 입사동기 간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더욱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에 BGF리테일 인턴 도중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5년 봄을 기다리며 다시 힘든 취업준비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지원하는 회사 직무에 관심 가져야
정말 힘들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보다도 훨씬 적었다. 인문계 졸업자들에게는 취업문이 더 좁았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는 적어졌는데 자기소개서 항목은 더 많아졌다.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게다가 상반기 지원자의 스펙은 하반기 지원자보다 높은 것 같았다. 대부분 구직자가 하반기 신규 채용 때 처음 지원하기 때문에 경험자들이 내공을 쌓아 재도전하는 상반기에는 경쟁이 더 심해진다. 취업시험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미리 원서를 제출한 수시채용 회사까지 포함해 아주산업, 한국MSD, 다이소아성산업 등 8곳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 합격한 회사는 두 곳. 이 중 한 회사에 들어가 현재 영업기획부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토익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최종 합격 후 연수원에서 동기들을 보면 스펙의 범위가 정말 넓었다. 나이 역시 다양했다. 인문계열이 지원할 만한 직무는 대개 영업직인데, 특히 해외영업에는 제2외국어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덕에 자기소개서에 쓸 소재가 풍부해졌다. 면접 때도 해외 경험에 대해 안 물어본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면접장에서도 거의 떨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면접장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회사 신사업과 사회공헌활동 같은 것들은 미리 조사했다.
끝으로 많은 인문계열 구직자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원 업종에 관심이 있고 직종에 확신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펙이 생기고 합격도 따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숫자 스펙보다는 자기소개서에 더 많은 공을 들이길 추천한다.
정리=이도희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지난 2월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입사지원서를 100번은 써야 합격통지서를 한 번 받을까 말까 하다”는 선배들의 자조 섞인 이야기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흘려들었었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100번이나 입사지원서를 쓰나’ 싶었다.
‘그 선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설마…’ 하는 생각으로 4학년 2학기 때인 2013년 하반기부터 입사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듬해 초에는 말끔한 양복을 입고 출근길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상세 내용 jobnjoy.com 참조)
그해 삼성 등 내로라하는 기업 30여곳에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성적표는 처참했다. 삼성은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라는 1차 관문을 넘지 못해 면접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른 회사에 지원한 결과도 마찬가지.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떨어졌다. 이랜드리테일과 코오롱글로벌, 두 곳에서만 서류전형 합격 통보가 왔다.
‘코오롱글로벌도 좋은 회사’라는 주변의 평가와 해외 영업맨으로서 꿈을 제대로 펼쳐보겠다는 그 나름의 목표를 안고 면접을 준비했으나 임원 면접은커녕 1차 면접에서 보기 좋게 탈락했다. 그나마 이랜드리테일은 코오롱글로벌과 날짜가 겹쳐 인적성시험장에 나가지도 못했다.
원서 100번? 남 얘긴 줄 알았는데…
‘광속 탈락’에 허탈·좌절감 극심
해외여행 다녀와 마음 다잡고 도전
토익·오픽 등 어학 기본 스펙 쌓고
자소서는 직무연관 이야기로 차별화
지원 업종에 ‘올인’…면접도 자신감
면접시험을 한 번 경험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구직전쟁, 취업절벽 같은 말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다른 준비도 없이, 그 흔한 자격증 한 장 없이, 심지어는 토익 점수도 없이 입사지원서를 냈으니 정신나간 회사가 아니면 누가 뽑아주겠는가. 그런 상태에서 각종 자격증을 따고 취업 동아리에 들어가 연일 그룹스터디를 하는 친구들과 경쟁하겠다고 했으니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두 곳이나마 서류전형을 통과한 게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기본 스펙 갖추고 자기소개서 공들여 쓰기
한 시즌 취업전쟁을 치르고 나니 머리가 띵했다. ‘광속 탈락’ 뒤에 찾아온 허탈감, 좌절감, 세상에 대한 원망, 그런 것들로 머릿속이 뒤범벅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 집안 식구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친구들을 만나 서로 ‘낙방’한 이야기나 하며 세상을 향해 욕질을 해대는 것도 싫었다.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었다. 해외여행이나 갔다 오자고 마음먹었다. 졸업학점은 다 따놓은 상태라 학교에는 나가지 않아도 됐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돌았다. 머릿속이 조금씩 정돈되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취업에 필요한 기본 스펙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토익 시험을 치르고 오픽(OPIC·oral proficiency interview-computer) 공부도 했다. 토익 점수가 없다보니 원서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회사가 많았다. 그다지 훌륭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입사지원서의 빈칸은 채울 수 있었다.
2라운드 전적은 의외로 괜찮았다. 22곳에 지원서를 내 CJ제일제당 이랜드월드 삼양그룹 매일유업 SKC LF 등 8곳에서 서류전형 통과 연락을 받았다. 토익 점수와 오픽 등급을 추가한 것도 도움이 됐겠지만,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고 내 성격에 맞는 직무분야를 선택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2013년 하반기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나 자신의 강점이 뭔지 깊이 고민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자기소개서를 썼다. 나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냉철한 분석에 들어갔다. 학업 성취도, 동아리 활동, 해외여행, 인턴 등의 경험에 비춰볼 때 ‘나는 영업이 적성에 맞고 영업을 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업직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인관계와 시장분석 능력, 이 두 가지가 영업직의 핵심 역량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런 결론에 기초해 자기소개서의 틀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에 성장 과정, 지원 동기, 입사 후 포부 등을 쓰도록 한다. 지원 동기를 적을 때 가능한 한 해당 회사에 대한 내용은 최소화했다. 대신 직무(영업)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쓰려고 노력했다. 입사 후 포부도 마찬가지로 영업 직무에 맞춰 구체적으로 적었다. 때로는 해당 회사의 영업방식을 바꿔보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실례로 우유업체 A사 입사지원서의 자기소개서에서는 편의점에 대한 유제품 판매 확대 방안과 PC방 공략 전략을 제시했다. A사 판매전문가들이 볼 때 어린애 장난 같은 이야기로 보였을지 몰라도 적어도 해당 직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친구라는 평가는 받았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 자기소개서와 그에 기반한 면접전략이 먹혔는지 A사에 최종 합격했다.
신입사원 연수서 예기치 못한 장벽에 부딪혀
A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날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나 고대한 합격 통지였던가. 가족과 둘러앉아 축하파티를 하고, 친구들에게도 한턱 내고. 그런 뒤 남부럽지 않게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수 도중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부딪혔다. 영업직도 영업직 나름인가. A사 영업사원에게는 차량 구입이 필수조건처럼 돼 있었다. 월급을 모아 2~3년 뒤 차를 사는 것이라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도저히 차를 살 수 없는 형편인데…. 방법이 없었다. 수십 번의 입사 지원 끝에 어렵게, 정말 어렵게 합격한 회사였지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연수 도중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 아득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2014년 하반기 취업시즌에 많은 입사지원서를 썼다. 거의 하루에 한 회사꼴로 원서를 냈다. 농협, 유니클로, BGF리테일, KTIS 등 무려 35곳에 지원했다. 이 중 6곳에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서류전형에서 평균 3~4배수를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2~3곳은 최종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인적성검사도 몇 번 치러보니 요령이 생겨 괜찮은 점수를 받았다. 이름은 달라도 인적성시험은 비슷한 데가 많았다.
BGF리테일과 KTIS, 아워홈, 애경유화의 인적성 전형에 합격했다. 네 곳 모두 1차 면접까지 통과했다. BGF리테일의 1차 면접은 프레젠테이션과 롤플레잉, 토론면접으로 구성됐는데 직무 관련 이야기를 자신있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최종적으로 BGF리테일 영업관리 직무에 합격해 인턴(채용 전제형)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중국어를 공부한 뒤 해외 진출에 뜻이 생긴 터라, 해외영업을 위주로 하는 곳을 찾고 싶었다. 어렵게 합격했고 입사동기 간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더욱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에 BGF리테일 인턴 도중 퇴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2015년 봄을 기다리며 다시 힘든 취업준비생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지원하는 회사 직무에 관심 가져야
정말 힘들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보다도 훨씬 적었다. 인문계 졸업자들에게는 취업문이 더 좁았다.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는 적어졌는데 자기소개서 항목은 더 많아졌다. 자기소개서를 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게다가 상반기 지원자의 스펙은 하반기 지원자보다 높은 것 같았다. 대부분 구직자가 하반기 신규 채용 때 처음 지원하기 때문에 경험자들이 내공을 쌓아 재도전하는 상반기에는 경쟁이 더 심해진다. 취업시험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미리 원서를 제출한 수시채용 회사까지 포함해 아주산업, 한국MSD, 다이소아성산업 등 8곳의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최종 합격한 회사는 두 곳. 이 중 한 회사에 들어가 현재 영업기획부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토익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최종 합격 후 연수원에서 동기들을 보면 스펙의 범위가 정말 넓었다. 나이 역시 다양했다. 인문계열이 지원할 만한 직무는 대개 영업직인데, 특히 해외영업에는 제2외국어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해외여행을 많이 한 덕에 자기소개서에 쓸 소재가 풍부해졌다. 면접 때도 해외 경험에 대해 안 물어본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면접장에서도 거의 떨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면접장에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회사 신사업과 사회공헌활동 같은 것들은 미리 조사했다.
끝으로 많은 인문계열 구직자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지원 업종에 관심이 있고 직종에 확신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펙이 생기고 합격도 따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숫자 스펙보다는 자기소개서에 더 많은 공을 들이길 추천한다.
정리=이도희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