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16) 저금리가 주식투자에 호재일까
투자자 입장에서 저금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좋다. 첫째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 수익률이 낮으므로 주식 투자 기회비용이 낮다. 또 돈을 빌려 투자할 때도 조달비용이 낮다. 고금리 때보다 저금리 때 돈이 덜 드니 투자자에겐 저금리가 고금리보다 좋다.

하지만 이렇게만 생각한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저금리에도 기회비용이 있다. 저금리 시기엔 주식 투자 비용만 낮은 것이 아니고 기업 수익성도 통상 낮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을 생각해 보자. 호황일 때 저금리가 가능할까? 저금리 배경에는 불황이 있다. 불황으로 기업 A의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A의 주가는 고금리 때보다 더 상승한다면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투자자들이 합리성을 회복하면 A 주가는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부동산 가격 급등의 한 원인도 저금리였는데 이는 종국적으로 가격 폭락과 시장의 오랜 침체로 이어졌다.

기업 A가 자금을 100% 대출로만 조달하고 대출금리의 약 2배 정도 수익을 올릴 사업에만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편의상 수신 및 여신 금리가 같다고 하고 2008년 정기예금 금리였던 7%의 고금리라고 하자. A가 100억원을 빌려 수익성 14%인 사업에 투자해 1년 후 114억원을 얻고 은행에 107억원을 갚아 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A 발행주식 총수가 10만주라면 주당순이익(EPS)이 7000원이 된다. 즉 EPS 측면에선 A 주가가 7000원 상승할 근거가 있다.

이제 현재 금리인 2%의 저금리를 사용해 똑같은 분석을 해보자. 불황이라 고수익 투자대상은 더이상 없다. A가 100억원을 금리 2%에 빌려 수익성 4%인 사업에 투자하면 1년 후 104억원을 얻고 102억원을 갚아 당기순이익 2억원과 EPS 2000원을 실현한다. 그런데 고금리 때 A 주가가 7000원 상승하는 데 반해 저금리 때 시중 자금이 더 풍부해 주가가 9000원 상승한다면? 저금리에 현혹된 주식 투자와 이로 인한 비합리적 주가 상승의 경우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상승은 지탱되기 어렵고 주가 정상화 시점이 지연될수록 주가 폭락 확률이 높아진다. 집값도 마찬가지다.

저금리의 역설과 비슷한 예로 저환율이 있다. 저환율은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높음을 의미하므로 이 경우 A의 해외 원자재 구입비용은 감소한다. 동시에 A사 완제품은 달러표시로는 더 비싸진다. 이것이 저환율의 (기회)비용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혜택과 비용을 모두 감안해 주식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유진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