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 드라마 ‘더 바이블’에서 키루스 2세가 등장한 장면. 키루스 2세는 신바빌로니아를 정복한 뒤 ‘바빌론 유수’로 억류돼 있던 유대인을 해방시켜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TV 드라마 ‘더 바이블’에서 키루스 2세가 등장한 장면. 키루스 2세는 신바빌로니아를 정복한 뒤 ‘바빌론 유수’로 억류돼 있던 유대인을 해방시켜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냈다.
기원전 6세기에 접어들 무렵 고대 메소포타미아문명이 번성한 서아시아지역에는 신흥 강국 간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힘을 떨치다 무너진 신아시리아(기원전 911~605년)가 행사하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국가 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벌어진 전쟁에서 승리해 서아시아를 제패한 국가는 신아시리아를 함께 멸망시킨 신바빌로니아와 메디아가 아니었다. 메디아 세력권에 있던 작은 나라 페르시아였다. 페르시아족의 야심만만한 젊은이 키루스 2세(재위 기원전 559~530년)는 탁월한 자질과 능력,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 유연한 상황 판단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끌었다. 외할아버지가 다스리던 메디아를 복속한 것을 시작으로 리디아 바빌로니아 등을 잇달아 정복하며 이란 고지대를 중심으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코카서스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지배한 페르시아제국을 창건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플라톤과 동문수학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은 키루스 2세를 “비길 자가 없는 가장 위대한 세계 정복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가 살았던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는 난세였다. 도시국가 간 빈번한 분쟁으로 빈민과 난민이 급증해 혼란스러웠다. 크세노폰은 철학자이기 이전에 장군이었다. 페르시아의 소키루스, 스파르타의 아게시라오스를 위해 전장을 누볐다.

장군으로서의 경력이 정점에 달한 40세에 돌연 낙향한 그는 시골에서 키루스 2세의 생애와 리더십을 서술한 《키로파에디아》를 집필했다. 역사적 사실에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과 리더십의 정수를 투영해 ‘위대한 군주 키루스 2세’를 만들어냈다. 《키로파에디아》가 2400여년간 서양 리더십 분야의 전범으로 꼽힌 이유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 피터 드러커는 이 책을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다룬 최초이자 최고의 저서”라고 극찬했다.

[책마을] 경쟁심에 불 지펴 성과 극대화…부하를 헤아릴 땐 아버지처럼
자유기업원(현 자유경제원) 초대 원장을 지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사진)은 《키로파에디아》에서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들여다본다. 그는 “우리 사회가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면, 필히 리더십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 해답을 서양 고전 중 《키로파에디아》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공 소장은 《리더의 나침반은 사람을 향한다》에서 《키로파에디아》를 토대로 키루스 리더십의 핵심 포인트 43가지를 뽑아 소개한다. 원전에 맞춰 키루스 2세의 일대기를 따라가고 훑으며 의미 있는 내용을 발췌해 저자의 경험과 현대의 인물 및 기업, 조직의 사례를 풍부하게 곁들여 그 의미를 풀어낸다. 베풂, 절제 등 유년시절부터 키루스 2세가 보여준 리더의 기본 자질과 소양, 함께 웃고 함께 싸우며 탁월한 리더로서 스스로 증명하며 조직을 경영하는 과정, 압도적인 능력으로 따르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해 조직을 장악하고, 치밀한 전략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이야기, 다양한 정보 획득 경로를 뚫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용인술을 발휘하며 제국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 등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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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재해석해 들려주는 키루스 리더십은 2400여년 전 기록된 내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성을 갖추고 있다. 키루스는 사람의 이기심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호소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움직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임을 간파했다. 사냥터에서도 각자가 승리를 위해 경쟁하게 해 모든 사람이 자기 몫 이상을 하도록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팀 단위의 경쟁을 성과에 연동하는 데 열심이었다. 팀을 잘 이끈 사람에게 승진을 보장했을 뿐 아니라 팀 전체에도 보상을 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도 주목할 만하다. 병사들을 헤아릴 때는 아버지 같았고, 위기가 닥칠 때는 앞장서서 희생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백성과 국가의 수호자였다. 키루스는 장교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 명령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하들에게 정중한 말을 사용했고, 이름을 불러서 부탁했다. 키루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 충성심을 불러일으킨 리더였다.

공 소장은 “키루스의 리더십에는 모든 리더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며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심지어 한 가정에서도 리더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리더의 자리에 서는 사람이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며 “늘 리더로서 누리는 영광과 보상에 상응하도록 ‘내가 이끄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