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한 2012년 이후에도 해외 자원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작년까지 27개의 해외 유전 등에 597억달러(약 69조원)가량을 투자하며 글로벌 자원 전쟁의 선두에 섰다. 반면 한국은 새로 착수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전혀 없다. 한국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오히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갖고 있는 유전을 내다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 수준은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더 추락했다.
[해외 자원개발 '뒷걸음'] '자원개발 사정 드라이브'…비쌀 때 산 해외유전, 쌀 때 내다 팔아
○비쌀 땐 “사라”, 쌀 땐 “팔아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자원 공기업은 이번 정부 들어 해외 자원개발에서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우선 돈줄이 막혔다. 정부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며 관련 예산을 지난해 6391억원에서 올해 359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유전개발 출자 예산도 올해 57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자원개발이 한창이던 2010년(1조2556억원)의 4.5%에 불과하다.

정부는 자원 공기업에 부채 감축 계획도 요구했다. 공기업들은 계획에 부응하기 위해 갖고 있는 유전과 광구 등을 매각 대상에 포함했다. 세 곳의 공기업이 2017년까지 지분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축소키로 한 프로젝트는 41개로 알려졌다. 공기업이 써낸 매각 사업 목록은 곧바로 글로벌 자원시장으로 흘러들었다.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도 억울한데 한국 공기업들이 뭘 판다는 얘기까지 시장에 다 알려지면서 협상력마저 떨어졌다”고 했다.

○“누가 자원개발에 나서겠나”

감사원은 지난 14일 ‘해외 자원개발 사업 성과분석’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36조원을 투입했지만 실제로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것.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곧바로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가 많고 투자회수 기간이 긴 자원개발의 특성상 단기간의 성과만 보고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라고 했다.

하지만 부처 차원의 공개적인 비판은 자제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발표하기 전 산업부와 자원 공기업에 “책임을 추궁하지 않을 테니 감사결과에 반박하지 말라”고 미리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압박하는 사이 검찰은 전 해외 자원개발 책임자를 옥죄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20일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대해 배임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7일엔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장석효 전 가스공사 사장은 뇌물혐의로 올초 기소됐다. 자원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료는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앞으로 누가 해외 자원을 개발하겠느냐”고 했다.
[해외 자원개발 '뒷걸음'] '자원개발 사정 드라이브'…비쌀 때 산 해외유전, 쌀 때 내다 팔아
○뒷걸음질 치는 에너지 안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 수준은 9단계나 추락했다. 작년에 발표된 세계에너지협회(WEC) 에너지지속성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안보지수는 127개국 중 98위로 최하위권에 랭크됐다. 2012년 89위에서 9단계나 더 떨어졌다. 지난해 중국의 에너지 안보 순위는 19위였다.

중국은 2013년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에너지 안보 △시장화 △대기오염 완화라는 3대 기조 아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중남미 지역의 석유를 개발하기 위해 에콰도르에 11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25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