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3일 “지난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1분기(0.8%)보다 0.5%포인트 낮은 부진한 성적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가뭄으로 민간소비가 뒷걸음질쳤고 수출도 힘을 잃은 탓이다. 외환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년여 만에 최고치로 급등(원화가치 하락)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은 예상치도 밑돌아

메르스·가뭄 겹친 2분기 성장률 0.3% 그쳐…5분기째 0%대
경제성장률은 작년 2분기(0.5%) 이후 5분기째 0%대를 맴돌고 있다. 2분기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 5월 말부터 메르스가 퍼지면서 소비가 얼어붙고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가뭄 탓에 농림어업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 9
일 한은은 2분기 성장률을 0.4%로 내다봤다. 이날 발표한 속보치는 0.1%포인트 더 낮게 나왔다.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0.3% 감소해 작년 2분기(-0.4%)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나마 정부 소비가 0.7% 늘어 충격을 상쇄했다. 정부가 예산을 상반기에 당겨 쓰면서(조기 집행) 최악은 면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2.8% 성장도 불안

제조업 생산이 휴대폰, 자동차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0.8% 증가했지만 서비스업은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메르스 여파 등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0.5%)과 운수·보관업(-1.3%)이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가뭄은 농림어업 생산(-11.1%)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경제 버팀목이던 수출도 부진했다. 수출 증가율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0.1%에 그쳤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2%를 기록했다. 4분기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수출 주도의 성장 경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내렸다. 이 역시 아슬아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라증권이 올해 성장률을 2.5%로 예측하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눈높이는 2% 중반까지 내려왔다.

○“추경 효과 지켜봐야”

불안감은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원50전 오른 달러당 1165원10전으로 마감했다. 2012년 6월15일(1165원60전) 이후 3년여 만의 최고치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화가치 하락세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시장 일부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연 1.5%)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메르스와 가뭄 영향으로 위축된 소비가 3분기부터는 일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22조원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면 경기 불씨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서 하반기엔 전기 대비 1% 성장을 회복할 것”이라 고 말했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