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17년…외로울 때 집중하는 법 배웠죠"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코리안 특급’ 박찬호(42·왼쪽)와 리듬체조 국가대표 출신인 신수지(24·오른쪽)가 기업인들 앞에 섰다. 지난 25일 제주신라호텔에서 막을 내린 ‘2015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 강연자로 초대돼 ‘도전과 성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박 전 선수는 이날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며 17년 메이저리거로서 살아 남은 비법에 대해 얘기했다. 박 전 선수는 그 비결을 “나만의 호흡”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2002년에 LA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뒤 성적이 좋지 않아 ‘먹튀’로 불렸다”며 “매일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오지 않고 내일이 보이지 않아 ‘어떻게 죽어버릴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먹튀라는 별명을 극복하고 싶어 레인저스에서 나와 다저스에 연습생 신분으로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다행히 다저스에서 받아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년 다저스로 복귀해 2010년 일본 노모 히데오의 기록을 깨고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으로 최다승인 124승을 하니 먹튀란 말은 사라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목표를 이루니 한순간에 허망해지고 내가 124승을 하니 사람들이 노모 얘기를 안 하는 것처럼 내 기록도 언젠가 잊혀지게 될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기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전 선수는 “메이저리거로서 지내면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외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로울 때마다 내 것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나만의 호흡을 하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다음 내가 뭘 해야 하는가’ 하는 답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은 너무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내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행복은 내 안에 있지 남을 욕한다고 내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에서 프로볼링 선수로 전향한 신 선수는 ‘도전,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풀어나갔다.

신 선수는 “말도 안 통하는 러시아에서 왕따를 당하며 버틸 수 있었던 건 한국 선수로 첫 올림픽 리듬체조 종목 출전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나니 목표가 사라져 방향성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신 선수는 전공을 살려 필라테스도 하고 6개월간 여자 사회인 야구단에서 활동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는 “리듬체조를 그만둔 뒤 뭔가 채워지지 않아 항상 갈증을 느꼈는데 친구 따라 볼링장에 갔다가 볼링에 흥미를 느껴 한 달 만에 180점을 넘고 10개월 만인 작년 11월 프로볼러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연히 출연한 방송도 좋아하게 돼 스포츠와 노래 관련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해 왔다”며 “100세 시대인 만큼 아직 20대여서 가슴 뛰는 일이 있으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주=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