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남들 손뗄 때 섬유본업(本業) 파고들어…수익성 日 도레이 추월
효성그룹과 코오롱그룹은 한동안 재계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한물간 섬유산업에 미련하게 보일 만큼 집착하고 있어서였다. 다른 기업들이 전자나 정보기술(IT)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도 두 그룹은 묵묵히 한우물을 팠으니 그럴 만도 했다. 최근엔 아니다.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두 그룹은 약속이나 한 듯 좋은 실적을 내놓고 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황이라 두 그룹의 실적은 더욱 돋보인다. “본업(섬유사업)에 대한 천착과 성공적인 사업 영역 확장”(박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장인정신으로 키운 ‘캐시카우’

1980년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에서 섬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했다. 제조업 중 압도적 1위였다. 1983년 제조업에서 섬유·의류업 종사자 수와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4.0%와 17.6%로 가장 높았다. 30년이 지난 2013년에는 이 비율이 각각 5.8%와 3.1%로 뚝 떨어졌다. 한마디로 별 볼 일 없는 산업이 됐다.

효성과 코오롱은 별 볼 일 없는 섬유산업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주)효성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에서 섬유(섬유 부문+산업자재 부문)가 차지하는 비중은 64.2%였다. 중공업(17.3%), 화학(6.1%) 등이 뒤를 이었다. 코오롱그룹 내에서는 섬유 화학 주력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2006억원과 69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실적을 낼 수 있는 것은 본업에 대한 연구개발(R&D)을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효성은 1992년 세계 네 번째로 스판덱스 제품인 ‘크레오라’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작년 기준·약 35%)다. 일반 섬유에 비해 10배 정도 비싼 ㎏당 1만원을 호가하지만, 크레오라를 사려는 거래처가 줄을 이을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됐다.

코오롱은 철보다 강도가 센 아라미드를 1979년 개발하기 시작해 1995년 완료했다. 2009년부터 이어진 미국 듀폰과의 소송이 지난 5월 합의 종결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본업을 기초로 한 성공적 확장

두 그룹은 의류 등에 쓰이는 단순 섬유사업으로 시작해 탄소섬유 등 고부가가치 소재기업으로 변신한 일본 도레이처럼 변신을 꾀하고 있다. 효성은 전 세계 타이어코드(자동차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에 넣는 섬유보강재)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코오롱은 2008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원단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코오롱패션머티리얼즈를, 그룹 내 엔지니어링플라스틱(가볍고 강한 특성을 살려 금속을 대체하는 플라스틱) 사업을 한데 모아 코오롱플라스틱을 각각 설립했다.

코오롱플라스틱은 이달 초 중국 장쑤성 옌청시에 있는 장쑤한수신재료유한공사와 업무제휴를 맺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천덕꾸러기도 부활

실적 부진으로 한동안 속을 썩였던 비주력 사업들도 살아나고 있다. 효성은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중공업 부문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 여파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한 중공업 부문은 지난 1분기에만 작년의 두 배가 넘는 38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오롱글로벌이 하고 있는 코오롱의 건설사업 역시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한동안 고생하다가 지난 1분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4.92%였던 (주)효성의 영업이익률이 올해 7.13%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 도레이는 2016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영업이익률이 6.66%를 기록할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