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연계한 기업회의가 대세"…바이어 몰고 오는 M+E 마케팅
산업용 초정밀 저울을 생산하는 메틀러토레도코리아의 양병모 대표이사는 올해 초 신제품 출시에 맞춰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고민하다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

식품연구소나 실험실에서 쓰이는 제품의 특성을 감안해 세미나 주제는 식품 안전 규정으로 정하고 한국소비자원에서 전문가를 연사로 초빙했다. 바이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관심을 유도하고 이어 제품 홍보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초청장을 보낸 100여명의 바이어 가운데 87명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파악된 제품 구매 수요는 140여건.

양 대표는 “통상 기업이 여는 제품 설명회는 내용이 뻔해 웬만하면 참여하지 않는데 강연을 넣고 세미나를 개최하니 90%에 가까운 바이어가 참여했다”며 “당시 제품에 관심을 보인 바이어 가운데 협상이 진전돼 계약 체결 직전인 것도 여러 건”이라고 밝혔다. 기업회의(Meeting)를 이용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콘퍼런스·세미나 접목해 거래상담 증가”

"전시회 연계한 기업회의가 대세"…바이어 몰고 오는 M+E 마케팅
기업들이 세미나, 콘퍼런스, 전시회와 연계한 기업회의 등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전시회에 참가하거나 매체 광고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강연, 문화공연, 세미나 등을 접목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회의는 아이디어와 정보교환, 네트워크 형성, 협상 등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기업이 개최하는 참가자 10명 이상의 회의를 가리킨다. 최근 미국 일본 등에선 강연 세미나 콘퍼런스 이벤트 등 홍보를 목적으로 기업이 여는 행사를 모두 기업회의로 간주하고 있다.

박재현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전시팀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단독 또는 전시회 등과 연계한 기업회의를 시장 개척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전시회에선 기업이 직접 만찬이나 세미나, 콘퍼런스 등을 열어 바이어와 소통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강연·회의 문화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토론이나 협상 등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기업회의를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 5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팩 전시회에 참가해 기술세미나를 별도로 연 오토닉스의 한 관계자는 “콘퍼런스나 세미나 형태의 행사를 통해 실수요자인 바이어를 만나면 이후 깊이 있고 실질적인 거래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정현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은 “바이어와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기업들이 기업회의 활용법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회의를 독립된 행사로 보지 않고 전시회, 콘퍼런스 등과 연계하는 융복합 시도를 통해 행사의 콘텐츠가 풍성해지고 규모가 확대돼 결국 전시회는 물론 MICE산업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회의 시장은 MICE의 블루오션

이처럼 기업회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관련 업계의 관심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업회의 분야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는 고사하고 연간 국내에서 열리는 기업회의 수 등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는 상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 주도로 MICE산업이 성장하면서 민간 영역이라고 보는 기업회의는 각종 지원이나 정책에서 배제돼왔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수요 중심의 MICE 시장 확대를 위해 기업회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유식 경희대 교수는 “기업이 수요자인 동시에 주체인 기업회의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기업의 MICE 마케팅 수요 증가가 국제행사와 포상관광 단체 유치에 쏠린 현행 MICE 시장구조를 다양화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며 “국제회의나 학술대회, 포상관광 단체를 유치하는 일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지만 기업회의는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조금만 힘을 합치면 충분히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블루오션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회의

아이디어와 정보교환, 네트워크 형성, 협상 등 비즈니스 목적으로 최소 참가자 10인 이상이 참가해 반일(4시간) 이상 진행되는 기업 주최의 회의.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