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의 ‘도끼를 든 남자’(92×70㎝), 1891년작
폴 고갱의 ‘도끼를 든 남자’(92×70㎝), 1891년작
한때 프랑스 파리의 증권거래소 직원으로 일했던 폴 고갱(1848~1903)은 1873년 결혼한 뒤 틈틈이 인상파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산업문명으로 부패한 도시를 떠나 대자연의 품에 안기길 늘 소망했던 그는 1891년 문명의 흔적이 거의 없는 타히티섬으로 향했다. 2년간 여기에서 그림을 그린 고갱은 1893년 여름 파리로 돌아와 뒤랑-뤼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뒤랑-뤼엘 갤러리의 개인전에 출품한 이 그림은 타히티섬의 강렬한 태양과 풀 냄새, 인간의 생명력을 원색적으로 묘사한 명작이다. 아랫도리에 팬츠와 치마만 걸친 남녀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열심히, 평온하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극적으로 잡아냈다. 원시적인 자연을 강조하기 위해 땅은 붉은색으로, 하늘은 연노란색으로 처리했다. 사물도 단순화했고, 원근감도 과감히 깨뜨렸다. 전통 회화(인상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주관적 감정으로 화폭에 풀어내려는 거장의 창조적 에너지를 엿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