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구 기자 ]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공립고에서 다수 교사가 여학생과 동료 여교사를 상습 성추행·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성추행 혐의로 교장까지 직위해제 됐으나 당사자는 극구 부인해 진위공방으로 번졌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해당 고교 남교사 5명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성적 발언을 일삼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진로상담교사가 상담 받으러 온 학생을 성추행하거나 성고민 상담교사마저 상담 학생을 성추행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이 학교 A교장을 직무유기와 성추행 혐의로 직위해제 조치하고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2일 교육청과 해당 학교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교장의 성추행 가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청은 A교장이 지난해 2~3월 회식 자리에서 여교사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직무유기에 A교장 자신의 성추행 혐의까지 더해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A교장은 “양심을 걸고 성추행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성추행 교사들에 대한) 지도 감독을 잘못한 것에 대해선 책임지겠지만 성추행을 했다는 건 억울하고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A교장은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초 일어난 교사 간 성추행 사건을 시교육청에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A교장은 교육청에 유선으로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가해자인 해당 교사는 올해 비정기 인사를 통해 다른 학교로 전출됐다. A교장의 주장대로 전출 사유를 교육청에 보고한 뒤 인사 조치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란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책임 규명을 통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A교장이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한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서울교육청에 대한 보고 진위 여부도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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