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초대석] '전직 시장' 이준원 한일고 교장의 특별한 변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가 지도자 육성' 학교 새 정체성으로
올해 입시 70% 전국, 30% 충남서 선발
올해 입시 70% 전국, 30% 충남서 선발
[ 김봉구 기자 ] “한일고에는 전국에서 모인 똑똑한 학생들이 있어요. 이런 원석들을 다듬어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교육자로서의 원초적 욕망 같은 거죠.”
올해 3월 취임한 충남 공주 한일고 이준원 교장(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10여년 대학 강단에 서다 2006년 공주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40대 젊은 나이로 재선에 성공해 민선 4·5기 공주 시정을 책임졌다.
당시 전국 최연소 시장이었던 그는 현안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운영 회사와 대합실 소유주의 이해다툼으로 수년간 폐쇄됐던 공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살려낸 게 대표적이다. 2009년 종합터미널로 개편 이전했다. 백제 문화유적의 도시 공주를 살리려면 관문인 터미널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10여차례 주민 대상 공청회를 벌이는 등 강단 있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 교장은 “지역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선 버스정류장, 재래시장, 화장장의 ‘3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시장 시절 3장을 다 건드렸다. 재임 기간 터미널 이전, 재래시장 노점상 철거, 화장장 유치 성과를 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얽힌 이해관계가 없는 젊은 시장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었다.
3선이 유력시되던 전도유망한 행정가는 그러나 시장선거를 1년여 앞둔 2013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내의 위암 투병이 이유였다. 건강이 나빠진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이 지역 출신인 전직 시장은 공주 정안면 무성산 자락에 집을 짓고 자리 잡았다. 맑은 공기를 벗 삼아 심신을 다스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같은 정안면에 위치한 한일고에서 교장직 제의가 왔다. 한일고는 일반고지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 실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이다. 학교가 한적한 농촌에 있어 사교육이 전무하다. 순전히 실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국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학교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공주대 교수였으나 정작 고교생들을 접하고 가르친 경험은 없어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교장을 맡기로 했다. “학교 환경이 급변해 대외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득이 그를 움직였다. 이례적으로 재선 시장이 고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여름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소탈했다. “일반 행정을 하던 사람이라 이제 학교 현장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고교 3년은 500여명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기다. 게다가 한일고는 기숙형 학교라 가정교육까지 맡아야 한다”며 “(시에 비하면) 학교가 규모는 작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섬세한 조직”이라고도 했다.
이 교장이 추구하는 한일고만의 색깔은 ‘지도자 육성’이다. 그는 “한일고에 오는 학생들을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로 기르고자 한다”면서 지성과 체력, 국가관·윤리관 세 가지를 리더의 조건으로 꼽았다.
이 교장은 “학생들 8명이 한 방을 쓰는 공동체 생활로 인해 어디든 잘 적응하는 장점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잘하는 학생, 혼자만 잘사는 사람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리더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순수한 고교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꿈과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가진 학생이 한일고로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일고는 올해 입시에서 정원의 70%를 전국단위선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30%는 광역단위선발(충남) 선발고사전형으로 이원화해 뽑는다.
지역 학교로서 책무성을 살리자는 취지지만 현실적 애로점도 있다. 이 교장은 “전국단위선발보다 오히려 충남 지역에서 학생 모집하기가 더 어렵다. 충남 지역 고교들과 전형 일정이 겹쳐 만약 한일고에 불합격하면 도내에서 학교를 못 다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시장으로 있다가 학교 현장에 오니 세세한 부분까지 중앙의 교육정책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가 자율적으로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특성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풀어줬으면 한다. 전형 일정이나 광역단위선발 비율 조정 등 유연한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암 투병 아내 간병' 시장 3선 포기…"국가 지도자 키우려 교장 맡았죠"
공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올해 3월 취임한 충남 공주 한일고 이준원 교장(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10여년 대학 강단에 서다 2006년 공주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40대 젊은 나이로 재선에 성공해 민선 4·5기 공주 시정을 책임졌다.
당시 전국 최연소 시장이었던 그는 현안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운영 회사와 대합실 소유주의 이해다툼으로 수년간 폐쇄됐던 공주 시외버스터미널을 살려낸 게 대표적이다. 2009년 종합터미널로 개편 이전했다. 백제 문화유적의 도시 공주를 살리려면 관문인 터미널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10여차례 주민 대상 공청회를 벌이는 등 강단 있게 밀어붙인 결과였다.
이 교장은 “지역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선 버스정류장, 재래시장, 화장장의 ‘3장’을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는데 시장 시절 3장을 다 건드렸다. 재임 기간 터미널 이전, 재래시장 노점상 철거, 화장장 유치 성과를 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그는 “얽힌 이해관계가 없는 젊은 시장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웃었다.
3선이 유력시되던 전도유망한 행정가는 그러나 시장선거를 1년여 앞둔 2013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내의 위암 투병이 이유였다. 건강이 나빠진 아내를 보살피기 위해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이 지역 출신인 전직 시장은 공주 정안면 무성산 자락에 집을 짓고 자리 잡았다. 맑은 공기를 벗 삼아 심신을 다스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에게 같은 정안면에 위치한 한일고에서 교장직 제의가 왔다. 한일고는 일반고지만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 실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이다. 학교가 한적한 농촌에 있어 사교육이 전무하다. 순전히 실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국에서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학교로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
공주대 교수였으나 정작 고교생들을 접하고 가르친 경험은 없어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교장을 맡기로 했다. “학교 환경이 급변해 대외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득이 그를 움직였다. 이례적으로 재선 시장이 고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한여름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소탈했다. “일반 행정을 하던 사람이라 이제 학교 현장을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고교 3년은 500여명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기다. 게다가 한일고는 기숙형 학교라 가정교육까지 맡아야 한다”며 “(시에 비하면) 학교가 규모는 작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섬세한 조직”이라고도 했다.
이 교장이 추구하는 한일고만의 색깔은 ‘지도자 육성’이다. 그는 “한일고에 오는 학생들을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로 기르고자 한다”면서 지성과 체력, 국가관·윤리관 세 가지를 리더의 조건으로 꼽았다.
이 교장은 “학생들 8명이 한 방을 쓰는 공동체 생활로 인해 어디든 잘 적응하는 장점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만 잘하는 학생, 혼자만 잘사는 사람이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리더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순수한 고교 시절부터 몸에 익혀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꿈과 그에 걸맞은 자세를 가진 학생이 한일고로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일고는 올해 입시에서 정원의 70%를 전국단위선발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30%는 광역단위선발(충남) 선발고사전형으로 이원화해 뽑는다.
지역 학교로서 책무성을 살리자는 취지지만 현실적 애로점도 있다. 이 교장은 “전국단위선발보다 오히려 충남 지역에서 학생 모집하기가 더 어렵다. 충남 지역 고교들과 전형 일정이 겹쳐 만약 한일고에 불합격하면 도내에서 학교를 못 다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시장으로 있다가 학교 현장에 오니 세세한 부분까지 중앙의 교육정책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가 자율적으로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고 특성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풀어줬으면 한다. 전형 일정이나 광역단위선발 비율 조정 등 유연한 조치를 통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암 투병 아내 간병' 시장 3선 포기…"국가 지도자 키우려 교장 맡았죠"
공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