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복용자, 여름철 땀 많이 흘리면 혈압 '뚝' 떨어져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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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여름철 저혈압 주의보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환구 씨(69)는 지난 주말 집 근처 텃밭에서 일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밭에 앉아서 잡초를 뽑고 일어나다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것. 다행히 크게 다친 데 없이 바로 정신을 차렸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병원을 찾은 김씨에게 의사는 “평소 복용하던 고혈압약 때문에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분간 용량이 적은 혈압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로 했다.
여름철 갑작스러운 저혈압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김씨처럼 평소 혈압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거나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려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넘어지거나 정신을 잃는 것이다. 이 경우 뇌진탕이나 골절 등의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 저혈압이 생기는 이유와 갑자기 혈압이 떨어졌을 때 대처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혈압, 낮을수록 좋다지만…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 의사들 사이에서 건강 공식처럼 거론되는 말이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 심근경색, 신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보다 혈압이 낮은 사람은 평균보다 오래 산다.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을 앓게 될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사가 “저혈압 자체는 병이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다.
수축기 혈압 90㎜Hg 이하, 확장기 혈압 60㎜Hg 이하로 혈압이 낮으면서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한 증상이 있다면 저혈압 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증상은 연령과 동반 질환, 인체 기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현기증과 두통이다. 혈압이 낮으면 체내 장기에 혈액이 덜 전달돼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기운이 없다. 변비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저혈압이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속설이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피로감 때문에 많이 자도 졸릴 수 있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에는 잠을 잘 때보다 혈압이 높아져 저혈압 환자보다는 고혈압 환자에게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저혈압이 심한 사람은 시력장애나 구역질 실신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한다.
여름철 저혈압 환자 많아
저혈압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임신 중이거나 심장·갑상샘 질환이 있으면 저혈압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중증 감염성 질환이나 중증 알레르기성 쇼크 등이 생겨도 갑자기 혈압이 떨어진다. 혈액의 양이나 체액의 변화로 저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인체의 3분의 2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5L는 혈액이다. 이 양은 신장에서 만드는 소변과 땀 등의 수분으로 조절하는데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면 몸 안의 수분량이 급격히 줄어 혈압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저혈압 환자는 여름에 가장 많다. 지난해의 경우 7월 저혈압 환자가 2월보다 1.9배 많았다.
각종 노인성 질환이 있는 사람 역시 여름을 주의해야 한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인체는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신경을 통해 항이뇨호르몬, 카테콜아민 등의 물질을 분비한다. 혈압을 높여주는 물질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뇌졸중 당뇨병 파킨슨병 등으로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이들 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나 교감신경차단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질환자가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일어서면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눕거나 앉는 등 한 가지 자세로 오래 있다가 일어설 때 저혈압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를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부른다. 일반인은 웬만한 자세 변화에도 별다른 혈압 변화를 겪지 않지만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자세 변화로 급격히 혈압이 떨어진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눈앞이 하얘지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경우도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누워서 잰 혈압보다 일어서고 2분 뒤에 잰 혈압이 20㎜Hg 이상 낮다.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갈 때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서면 다리에 몰린 혈액이 심장으로 잘 가지 않는다. 자연히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류량 역시 줄고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 실신 원인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약해진 노인이 일어서다 넘어지면 뇌진탕이나 고관절·척추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저혈압 있으면 약간 짜게 먹어야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과도한 운동은 저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진 데다 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줄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 저혈압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면 이를 삼가야 한다. 다른 질환 때문에 저혈압 증상을 보인다면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가족 중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노인들은 평소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혈압에 노출되기 쉽다. 종종 고혈압 환자 중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고 자의적으로 약을 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 약물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다른 약물로 바꾸거나 용량을 줄여 저혈압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
저혈압 증상을 막기 위해 눕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잠잘 때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린 상태로 자면 이른 아침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저혈압으로 인해 어지러움 등을 호소한다면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리에 있는 혈액이 심장으로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은 뒤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면 식사를 소량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좋다. 과도하지 않을 정도의 짠 음식도 도움이 되며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기 전 물을 미리 마시는 것이 좋다.
저혈압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라면 수액으로 체내 수분량을 보충해 줘야 한다. 평소 적절한 운동을 해 근육을 키우면 낙상으로 인한 골절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라는 것을 명심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진만 강동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조상호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여름철 갑작스러운 저혈압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김씨처럼 평소 혈압을 낮추는 약을 복용하거나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려 순간적으로 혈압이 떨어져 넘어지거나 정신을 잃는 것이다. 이 경우 뇌진탕이나 골절 등의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 저혈압이 생기는 이유와 갑자기 혈압이 떨어졌을 때 대처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혈압, 낮을수록 좋다지만…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 의사들 사이에서 건강 공식처럼 거론되는 말이다. 혈압이 높으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 심근경색, 신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보다 혈압이 낮은 사람은 평균보다 오래 산다. 고혈압에 따른 합병증을 앓게 될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사가 “저혈압 자체는 병이 아니다”고 말하는 이유다.
수축기 혈압 90㎜Hg 이하, 확장기 혈압 60㎜Hg 이하로 혈압이 낮으면서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한 증상이 있다면 저혈압 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증상은 연령과 동반 질환, 인체 기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저혈압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현기증과 두통이다. 혈압이 낮으면 체내 장기에 혈액이 덜 전달돼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기운이 없다. 변비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저혈압이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속설이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피로감 때문에 많이 자도 졸릴 수 있지만, 잠에서 깨어나는 아침에는 잠을 잘 때보다 혈압이 높아져 저혈압 환자보다는 고혈압 환자에게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저혈압이 심한 사람은 시력장애나 구역질 실신 우울증 등을 겪기도 한다.
여름철 저혈압 환자 많아
저혈압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임신 중이거나 심장·갑상샘 질환이 있으면 저혈압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중증 감염성 질환이나 중증 알레르기성 쇼크 등이 생겨도 갑자기 혈압이 떨어진다. 혈액의 양이나 체액의 변화로 저혈압이 생기기도 한다. 인체의 3분의 2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5L는 혈액이다. 이 양은 신장에서 만드는 소변과 땀 등의 수분으로 조절하는데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면 몸 안의 수분량이 급격히 줄어 혈압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저혈압 환자는 여름에 가장 많다. 지난해의 경우 7월 저혈압 환자가 2월보다 1.9배 많았다.
각종 노인성 질환이 있는 사람 역시 여름을 주의해야 한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인체는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신경을 통해 항이뇨호르몬, 카테콜아민 등의 물질을 분비한다. 혈압을 높여주는 물질이다. 그러나 나이가 많거나 뇌졸중 당뇨병 파킨슨병 등으로 자율신경에 이상이 있으면 이들 물질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나 교감신경차단제 등을 복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질환자가 무더운 여름 땀을 많이 흘리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일어서면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눕거나 앉는 등 한 가지 자세로 오래 있다가 일어설 때 저혈압 증상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를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부른다. 일반인은 웬만한 자세 변화에도 별다른 혈압 변화를 겪지 않지만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자세 변화로 급격히 혈압이 떨어진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눈앞이 하얘지거나 머리가 어질어질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경우도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누워서 잰 혈압보다 일어서고 2분 뒤에 잰 혈압이 20㎜Hg 이상 낮다. 눕거나 앉은 상태에서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갈 때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아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서면 다리에 몰린 혈액이 심장으로 잘 가지 않는다. 자연히 혈류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류량 역시 줄고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노인 실신 원인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골다공증 등으로 뼈가 약해진 노인이 일어서다 넘어지면 뇌진탕이나 고관절·척추 골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저혈압 있으면 약간 짜게 먹어야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는 과도한 운동은 저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진 데다 혈관이 확장돼 혈류량이 줄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 저혈압 증상을 보인 적이 있다면 이를 삼가야 한다. 다른 질환 때문에 저혈압 증상을 보인다면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가족 중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본인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노인들은 평소 만성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저혈압에 노출되기 쉽다. 종종 고혈압 환자 중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고 자의적으로 약을 끊는 경우가 있다. 이때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위험해질 수 있다. 약물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다른 약물로 바꾸거나 용량을 줄여 저혈압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
저혈압 증상을 막기 위해 눕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잠잘 때 머리를 15~20도 이상 올린 상태로 자면 이른 아침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저혈압으로 인해 어지러움 등을 호소한다면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리에 있는 혈액이 심장으로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은 뒤 저혈압 증상이 나타난다면 식사를 소량씩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좋다. 과도하지 않을 정도의 짠 음식도 도움이 되며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기 전 물을 미리 마시는 것이 좋다.
저혈압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라면 수액으로 체내 수분량을 보충해 줘야 한다. 평소 적절한 운동을 해 근육을 키우면 낙상으로 인한 골절 등을 예방할 수 있다.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것은 몸에서 보내는 이상신호라는 것을 명심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진만 강동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조상호 한림대성심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경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