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유보금 과세 '역풍'] '투자 빙하기'에 중간배당 323%↑…"일자리는 무슨 돈으로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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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30대그룹 상장사 올 배당 분석
사내 유보금 과세 부담에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내몰려
가계 소득 증대 효과 미미…배당 과실 외국인 등만 누려
신규 투자는 되레 줄어…성장 잠재력 확충에 악영향
사내 유보금 과세 부담에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내몰려
가계 소득 증대 효과 미미…배당 과실 외국인 등만 누려
신규 투자는 되레 줄어…성장 잠재력 확충에 악영향
올해 30대 그룹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신규 투자계획은 7조1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8763억원)보다 83%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도입 금액(4조7153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의 투자는 2조3871억원으로 오히려 38.4% 줄었다.
이 같은 ‘투자 빙하기’에, 그것도 주요 상장사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에 배당만 늘어나고 있는 것은 향후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예상대로 배당은 늘었지만…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기업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가야 한다”며 정부가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입안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기업 곳간(사내 유보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일을 위한 투자’ 대신 ‘오늘을 위한 배당’만 늘어 장기적으로 투자 여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72조8613억원으로 전년(84조2414억원)보다 13.5% 감소했다. “배당으로 인한 과실이 대부분 외국인이나 대주주에게 돌아가 중산층 소득 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배당은 전년보다 2조493억원(24.3%)이나 증가했다. 예상했던 대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약발’이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경제계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당기이익의 일정 비율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 투자 확대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도가 적용되는 출발선인 올해 중간배당이 유난히 큰 폭으로 늘어난 점만 봐도 그렇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처음으로 2687억원 규모의 중간배당 계획을 내놓는 등 올해 30대 그룹의 중간배당 규모는 1859억원에서 7880억원으로 323%나 늘었다.
○성장동력 발굴은 ‘안갯속’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사내유보금 과세로 당초 정부가 의도한 투자·임금·배당 확대 등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일회성 비용인 배당만 늘려 기업들의 장단기 자금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임금은 한번 올리면 다시 낮추기 어렵고 신규투자는 큰 돈을 필요로 하는 만큼, 단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금과 투자계획에 손을 대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결국 손쉬운 배당 확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 중간배당 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수출 위축 등으로 30대 그룹의 당기순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는 데 있다. 30대 그룹 순이익은 2013년 4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억원으로 23.3% 줄었다.
올해도 전자 자동차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수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조선업이 사상 최악의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유가 하락 여파로 올 하반기 석유화학업종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배당성향은 한번 늘려놓으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며 “투자 대신 배당 확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수록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 발굴과 확보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이 같은 ‘투자 빙하기’에, 그것도 주요 상장사 실적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에 배당만 늘어나고 있는 것은 향후 한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예상대로 배당은 늘었지만…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기업 사내유보금이 가계로 흘러가야 한다”며 정부가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입안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 침체로 기업 곳간(사내 유보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일을 위한 투자’ 대신 ‘오늘을 위한 배당’만 늘어 장기적으로 투자 여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72조8613억원으로 전년(84조2414억원)보다 13.5% 감소했다. “배당으로 인한 과실이 대부분 외국인이나 대주주에게 돌아가 중산층 소득 증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는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30대 그룹(공기업 제외)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배당은 전년보다 2조493억원(24.3%)이나 증가했다. 예상했던 대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약발’이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에 밉보이지 않으려는 경제계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당기이익의 일정 비율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 투자 확대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의 1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도가 적용되는 출발선인 올해 중간배당이 유난히 큰 폭으로 늘어난 점만 봐도 그렇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처음으로 2687억원 규모의 중간배당 계획을 내놓는 등 올해 30대 그룹의 중간배당 규모는 1859억원에서 7880억원으로 323%나 늘었다.
○성장동력 발굴은 ‘안갯속’
하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사내유보금 과세로 당초 정부가 의도한 투자·임금·배당 확대 등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일회성 비용인 배당만 늘려 기업들의 장단기 자금 운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임금은 한번 올리면 다시 낮추기 어렵고 신규투자는 큰 돈을 필요로 하는 만큼, 단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금과 투자계획에 손을 대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결국 손쉬운 배당 확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데, 올해 중간배당 통계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수출 위축 등으로 30대 그룹의 당기순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는 데 있다. 30대 그룹 순이익은 2013년 47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억원으로 23.3% 줄었다.
올해도 전자 자동차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수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조선업이 사상 최악의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유가 하락 여파로 올 하반기 석유화학업종에도 잔뜩 먹구름이 끼어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배당성향은 한번 늘려놓으면 다시 줄이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며 “투자 대신 배당 확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수록 우리 산업의 성장동력 발굴과 확보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